-디자인팀, 자신을 보호해줄 보디가드 이미지 만들려 노력

처음부터 여성을 겨냥했을까? 아니면 결과적으로 여성 소비자가 늘어 지어낸 이야기일까? 그 진위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티볼리의 주력 소비층은 여전히 여성이 압도적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여성 구매 비중은 올해 60%를 넘어섰다. 처음 등장했을 때 비중이 15%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이제 여성 전용 소형 SUV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지난 21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쌍용차 디자인팀을 만났다. 그리고 대뜸 물었다. 처음부터 여성 비중이 절대적일 것으로 기대하며 여성적인 디자인 요소를 반영한 것이었냐고…. 대답은 기묘했다. "남성적 디자인을 지향했지만 세밀한 요소에 여성 감각을 넣어 기대는 했었다"고 말이다. 달리 해석하면 기대는 했지만 지금처럼 60%에 달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人터뷰]티볼리, "여성이 선호토록 디자인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구매를 이끌어 낸 디자인 성공 요인으로 여성을 지켜줄 것 같은 남성적 이미지로 설명했다. 자동차 디자인 해석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쌍용차 디자인팀은 초기 컨셉을 설정할 당시 비유적인 인물로 건장한 남성 아이돌 이미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대담에 참여한 문일한 선행디자인팀장은 "작은 차를 구매할 때 SUV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연 안전과 나를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이고, 여성들의 호감도가 높으면서도 남성적인 이미지를 찾았고, 그게 바로 남성 아이돌 이미지를 같은 이미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내 여성 직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만큼 티볼리는 남성적 디자인을 지향하되 여성의 호감을 자극하는 쪽으로 컨셉트가 결정됐다.
[人터뷰]티볼리, "여성이 선호토록 디자인했다"

문제는 여성의 호감을 자극하는 세밀한 요소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디자인팀은 여성들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을 주시했다. 남성보다 브랜드 영향을 적게 받고 복잡한 용어를 싫어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래서 당초 'CUV'로 시작된 티볼리는 출시 전부터 어느새 소형 SUV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디자인팀은 최대한 남성적인 SUV 디자인을 완성한 후 지나치게 남성적인 부분을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윈드실드 앵글을 기울였고, 여성들이 타고 내릴 때 불편함이 없는 높이를 조정했다. 또한 인테리어 수납 공간은 여성 소지품의 사이즈를 고려해 디자인을 완성해 나갔다. 남성적으로 완성한 후 여성 소비자들의 평가에 따라 요소를 바꾸는 '마이너스 디자인'으로 접근했다는 의미다. 이는 '거친 이미지를 제거하는 과정'으로 표현됐다.
[人터뷰]티볼리, "여성이 선호토록 디자인했다"

그래도 남성적 성격은 버릴 수 없었다. 회사 내부에 여직원 제품 평가단을 구성했고, 이들의 혹독한 지적을 받았다. 여성적 요소를 최대한 세밀하게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소비자 눈높이에서 부족한 것이 내부 평가에서 쏟아졌다. 그리고 평가단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여성들에게 자동차는 가방(Bag)같은 액세서리 느낌보다 일종의 보디가드 같은 이미지이고, 우락부락한 사람이 아니라 멋진 남자친구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人터뷰]티볼리, "여성이 선호토록 디자인했다"

그렇게 등장한 티볼리였지만 초반은 기대와 달리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졌다. 누가 봐도 남성 지향적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쌍용차 디자인팀도 인정한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건장하고 멋진 아이돌 이미지가 서서히 여성 소비자에게 통하며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출시 후 떨어질 듯 했던 판매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티볼리가 여성들의 SUV 시야를 넓게 만드는 효과를 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쌍용차 디자인팀은 초기 남성 소비자 비중이 많았던 이유로 브랜드를 꼽는다. '쌍용차'라는 기업 브랜드가 남성적 이미지가 강해 여성들이 전시장을 잘 찾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후 제품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결국 디자인의 성공으로 요약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마치 언제든지 여성의 가방을 들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남자 친구 같은 느낌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말이다.
[人터뷰]티볼리, "여성이 선호토록 디자인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팀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초기 컨셉트를 잡을 때 여러 곳에서 주력 수출이 유럽임을 들어 '유럽형 디자인'에 충실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디자인팀은 이를 과감하게 거절했다고 말이다. 오히려 유럽 시장에 통할 수 있는 한국적 컨셉트를 담은 디자인으로 티볼리에 한국형, 아니 쌍용차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소회다. 티볼리에 여성들이 호감을 표시하는 배경에는 우락부락하지 않지만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하면서도 멋진 친구가 되도록 하겠다는 디자인팀의 의지가 숨겨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티볼리는 여전히 여성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부드러운 남자 친구처럼 말이다.

인터뷰=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