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키트' 덕에 커지는 아침밥 시장
"아침외식 시장 직장인 중심으로 커"
야쿠르트 간편식 15개월만 237억 매출
편의접 업체들도 아침밥에 뭉칫돈 투자
엄마 대신 야쿠르트 아줌마가 차려준 아침상[카드결제로 본 삼시세끼(上)]
#. 30대 직장인 부부 김석현(39)·이유나(38)씨는 매일 오전 출근하기 전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해주는 미역국과 육개장으로 아침밥을 해결한다. 원래 불규칙한 식습관 탓에 아침식사를 걸렀지만 제품을 딱 한 개만 구입해도 배달해주는 데다 별도 배송비도 없어 이제는 정기배송을 신청한 뒤 매월 메뉴를 바꿔 이용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매일 아침 배달된 간편식 제품으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편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밀 키트(Meal kit) 제품을 주문하면 요리하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제품이 발달하면서 아침밥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가정 간편식은 삼각 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바로 먹을 수 있는 '레디투잇(RTE·Ready To Eat)' 제품, 국밥이나 덮밥류 등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레디투힛(RTH·Ready To Heat)', 찌개나 탕처럼 간단히 조리해 먹는 '레디투쿡(RTC·Ready To Cook)'로 나뉜다. 최근에는 간편함을 기본으로 요리의 즐거움까지 경험하려는 트렌드에 따라 RTC 제품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침밥 시장은 식재료와 양념을 함께 담은 '밀 키트'의 수요와 함께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2012년, 2015년, 2018년 각 3분기 외식결제자료 1억80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아침(오전 6~9시)을 사 먹는 경우가 2012년 대비 올해 67.5%나 증가해 점심(50.4%)이나 저녁(58.0%)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간편식 발달로 맛과 편의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아침밥 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유명셰프까지 가세한 아침밥 시장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밀 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메뉴는 '황태 해장국'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땅콩 비빔국수' 등이다. 딱 필요한 만큼의 식재료와 요리 방법을 적은 '레시피 카드'가 함께 배송돼 누구나 쉽게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밀 키트의 장점은 조리한 뒤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없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도 줄어 젊은 부부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통통한 새우를 곁들인 '쉬림프 크림 파스타 키트'의 경우, 크림(300g)과 페투치네 파스타면(160g), 흰다리 새우살(55g), 양송이(60g), 버터(20g), 아메리칸 치즈(10g), 기타 양념 등이 봉지 안에 들어있다. 냄비에 종이컵 7개 분량의 물을 넣어 파스타 면을 10분간 삶고, 새우·양송이 등을 볶은 뒤, 아메리칸 치즈와 양념, 면을 넣고 졸이는 과정까지 자세한 설명이 있다. '면을 삶고 남은 면수를 버리지 말고, 크림 농도를 조절할 때 사용하라'는 노하우도 알려준다.

유명 셰프까지 가세했다. 야쿠르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셰프 협업으로 선보인 밀키트 제품 7종을 선보였다. 제품 구성은 이인희 셰프의 '비프찹스테이크키트'와 '치킨라따뚜이키트', 김현 셰프의 '서울식소불고기전골키트', 이승아, 최수빈 셰프의 '초계국수키트', 윈드민지김 셰프의 '사골떡국키트'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7월 시작한 가정 간편식 브랜드 '잇츠 온(EATS ON)'의 일환으로 이 같은 밀 키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맛있는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즐기려는 이들을 위해 국과 탕, 찌개, 반찬과 김치, 디저트 등 60여 종의 먹거리를 내놓았다. 밀 키트 외에도 소갈비와 무를 넣고 끓여낸 갈비탕, 소고기를 푹 끓인 뒤 갖은 재료를 곁들인 육개장, 완도산 미역과 소고기 양지살로 끓인 소고기 미역국 등도 있다.

잇츠 온 제품은 딱 한 개만 구입해도 배달해 준다. 별도 배송비도 없다. 최소 주문 금액이 있거나 일정 금액 미만일 경우 배송비를 내야 하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다. 잇츠 온 제품은 전국 방방곡곡을 배달하는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매일 원하는 시간대에 신선하게 전달한다. 잇츠 온은 제품 출시 후 1년 3개월 만에 약 237억원, 이 중 밀키트는 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켓컬리·편의점도 관련사업 확대…아침밥에 뭉칫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식 횟수는 2013년 월 12.5회에서 지난해 월 15회로 20% 증가했다. 국내 외식 산업 시장 규모도 100조원(2015년 기준)을 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현황'에 따르면 2010년 7700억원이었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지난해 3조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20% 이상 성장률이다. 지난해 국내 식품시장 성장률(2~3% 추산)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최근 아침외식에 몰리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직장인들은 2012년 대비 올해 아침외식건수 증가율이 66% 늘어 학생(20%)에 비해 높았다. 세대별로는 50대(88%)와 20대(66%)가 아침외식 이용건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리할 시간이 없어 데워 먹거나 포장지만 뜯어서 섭취할 수 있는 간편식의 발달과 유사한 성장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침밥 시장이 커지면서 편의점들도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U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지난 8월 식재료 새벽배송 업체인 '헬로네이처' 지분을 약 300억원에 인수했다. CU편의점은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프리미엄 푸드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GS25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지난 7월 미국 유기농 상품 판매 업체 스라이브마켓에 330억원을 투자했다.

배송 전날 밤 1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에 배달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지난달 샐러드·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782%나 대폭 뛰었다. 최근 아침대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선식·시리얼·그래놀라 매출도 239%나 늘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간편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주문량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