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복합쇼핑몰 규제법안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3일 국회에 제출했다.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들 법안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며 “새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기업자율과 시장규범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에 경영권 공격 수단 쥐여주나…得보다 失 많은 상법 개정안 신중 처리를"
대한상의는 이들 3개 법안의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여당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해외 입법사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를 섣불리 도입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며 “투기자본에 공격 수단만 쥐여줄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두 명 이상의 이사를 뽑을 때 주주들이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감사위원을 이사와 별도로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상법 개정안의 한 축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한꺼번에 도입되면 대주주의 권한이 크게 줄어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 SK텔레콤과 삼성SDI 등 7개 기업 이사회가 외국 투기자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한상의 등 경제계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뿐이다.

대한상의는 내부거래 규제대상을 늘리고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처벌조항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을 대상으로 하는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 확실하지 않고, 쇼핑몰 입점 상인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기업 경영활동에 도움이 될 법안들은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는 법안과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 서비스산업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 그 대상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법안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노사 모두 비현실적인 인상률을 제시하고 결국 공익위원이 표결을 주도하는 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며 “객관적 지표와 산식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산업에 대해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법안과 7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