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깨 순두부부터 콩국·된장까지 독특한 제품 개발…年 순이익 1억원
서울 사당동 이수역 부근의 남성사계시장에서 두부 전문점 ‘한국식품’을 운영하는 박완식(72)·이희진(67) 부부(사진)가 창업에 뛰어든 건 10년 전이다. 가게 문을 열고 1년 동안은 힘겨운 시기를 보냈지만, 지금의 연간 순이익은 1억원 정도 된다. 중장년층 실버창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남편 박씨는 “도전하는 자는 청년, 도전하지 않는 자는 노인”이라고 말하곤 한다. 20대 청년 시절부터 사업을 시작한 그는 25년 동안 의상실을 꾸려왔다. 10년간 생수 대리점을 운영한 적도 있다. 아내 이씨는 20년간 유치원 교사를 했다. 그들이 꿈꿨던 은퇴 후 생활은 조용히 휴식하는 일상이었다.

여행을 다녔다. 쉬는 생활이 이어졌다. 점차 쉬는 생활이 지겨워지며 활기가 그리워졌다. 부부는 다른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남성시장 내 23㎡(약 7평) 규모의 작은 두부 가게를 인수했다. 보증금과 권리금 등 총 창업비용은 4000만원 정도 들었다.

창업 초창기엔 두부 제조 기술을 익히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제조 공정에 익숙해지는 데에만 1년이 걸렸다. 체력 소모도 컸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콩을 세척해 물에 불려야 한다. 여름에는 2~3시간, 겨울에는 10시간이 걸린다. 충분히 불린 콩을 연마기에 갈아 비지와 콩물을 분리한다. 콩물은 전기보일러로 30~40분 동안 끓이고, 끓인 콩물을 받아서 간수를 섞어 굳힌다. 이를 두부판에서 기계로 눌러 12모 분량의 두부 한 판을 만들어 낸다. 박씨와 이씨가 만드는 두부 분량은 매일 150모 분량. 가게 문을 열기 전 새벽에 출근해 당일 판매하는 두부를 만들어낸다.

그런데도 첫해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이 부족해 제대로 된 두부를 만들 수 없었다. 두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연습을 거듭했다. 요령이 생기고 두부 맛이 좋아지자 매출도 올라갔다. 이씨는 “추운 겨울날 새벽, 두부에서 나오는 김을 빼기 위해 항상 가게 문을 열어놓곤 했다”며 “장사가 안 되던 초창기엔 가게 문을 닫을지 고민도 여러 번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 부부 점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제품도 개발했다. 검은깨를 넣어 만든 순두부다. 인기가 높다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 콩을 활용한 전통적인 먹거리도 판다. 콩국을 비롯해 된장, 청국장 등 장류와 묵 등도 진열해놨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지만 업무 분장은 명확하다. 각자 다른 체력을 고려했다. 부부의 연령도 감안했다. 박씨는 새벽에 출근해 아침까지 두부를 만들고 주변 식당들에 배달을 마친 뒤 퇴근한다. 이씨는 낮 시간대에 가게를 지키며 두부를 판다. 박씨는 오후 6시에 다시 출근해 9시 즈음에 점포 문을 닫는다. 박씨는 “가게 규모는 작지만 부부가 함께 일터를 놀이터라 생각하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