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로봇 추천 받아볼까…AI 챗봇, 상품 안내 '술술~'
국내 보험사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 등을 적극 활용해 인슈어테크(보험+정보기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AI 기반의 로봇상담원인 ‘챗봇(Chatbot)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상품 안내나 FAQ(자주 묻는 질문) 등의 단순 응대에 불과하지만 기술이 점차 진보하면서 기존 고객 상담원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객과 실제 대화 가능한 챗봇

챗봇은 사용자와 AI가 일상 언어로 채팅을 주고받는 시스템으로 유통과 금융, 보험,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언어(텍스트)와 음성, 이미지 등이 대화의 매개체다. 챗봇의 기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AI 딥러닝(deep running)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고객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학습하는 방식이다.

챗봇은 크게 지능형과 시나리오형으로 나뉜다. 챗봇 도입 초기에는 정해놓은 단어에 따라 정해진 답을 내놓는 1세대 시나리오형 챗봇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제품을 추천해주는 2세대 지능형 챗봇이 등장해 사용자와의 대화를 돕는다. 보험업계에서 챗봇 활용은 2016년 말 라이나생명과 DB손해보험이 카카오톡 플랫폼 채팅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삼성생명은 2017년 10월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과 함께 국민대 경영대학원과 제휴 관계를 맺고 회사에서 선발한 핵심인력 21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은 지난 5월 AI 챗봇인 ‘따봇’을 론칭했다. ‘따뜻한 챗봇’을 의미하는 따봇은 딥러닝 기술을 토대로 고객과 문답을 나누며 문맥을 이해할 수 있다는 2세대 챗봇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라이나생명이 지난 6월 선보인 ‘챗봇 2.0’은 고객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즉문즉답이 가능하다. 2016년부터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챗봇 상담서비스를 제공했던 라이나생명은 업그레이드 후 기능을 대폭 개선했다. 기존 챗봇이 간단한 선택적 질문과 시나리오 기반의 대답만 가능했다면 실제 대화처럼 빠른 답을 제공해 고객 불편을 크게 줄였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도 올 상반기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B손보는 최근 카카오와 챗봇의 단계별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상품 안내나 FAQ 등 간단한 응대부터 자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까지 챗봇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챗봇 관련 개인정보보호가 관건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단순 채팅을 넘어 음성으로 고객과 대화하는 챗봇도 등장하고 있다. AIA생명은 AI 콜센터인 ‘AIA 온(ON)’을 운영 중이다. AIA ON은 챗봇 서비스와 함께 전화 통화로 고객과 대화하는 ‘로보텔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보텔러는 보험 계약 때 고객이 보험설계사로부터 상품의 중요 사항을 제대로 설명받았는지를 확인하는 해피콜 업무를 담당한다.

보험업계는 챗봇을 필두로 한 AI 로봇 서비스가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 2세대 챗봇을 넘어 3세대로 진화하면 기존에 상담사들이 수행하는 보험계약조회, 보험계약대출 조회·실행·상환, 상품 추천 등 다양한 업무도 처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지난 5월부터 AI가 펀드 자산배분 리밸런싱을 매월 추천해주는 ‘베리굿 월간 리포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가입한 변액보험에 탑재된 펀드 중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최적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AI가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위협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점검 결과 보험사를 비롯한 상당수 금융회사가 챗봇과 고객의 대화 시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음에도 이를 암호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금융회사 개인신용정보보호 교육 시 챗봇 운영 관련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내년에 예정된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개정 때 챗봇 도입 관련 개선사항이 반영되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