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달 탐사 프로젝트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민간기업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민간기업을 앞세워 우주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의 우주 기술 상용화를 독려해 우주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기업 우선주의' 美…달탐사까지 스타트업에 맡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9일(현지시간) 달 탐사 관련 용역을 맡길 9개 기업을 예비 파트너로 선정했다. NASA는 이들을 상대로 입찰을 실시해 로켓 발사와 착륙, 달 착륙선 제작 및 우주 화물 운송 등을 맡길 계획이다. 계약 규모가 10년간 모두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9개 기업 중 문익스프레스, 애스트로보틱테크놀로지, 딥스페이스시스템스, 드래퍼,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 인튜이티브머신스, 마스텐스페이스시스템스, 오빗비욘드 등 8곳은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은 화성 무인탐사선 ‘인사이트’를 제작한 록히드마틴 한 곳만 포함됐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이번 파트너십은 위험 부담이 크고 투자 대비 수익도 큰 벤처캐피털 같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는 달 탐사지만 관련 스타트업 발전을 돕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NASA는 우주정거장 등에 화물을 보내기 위해 2012년부터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에 용역을 줘왔다.

NASA는 2022년부터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 구축에 들어가고 2023년엔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다. 또 2033년께 화성 유인 탐사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달 화성 등 우주 탐사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 개발에도 시장 주도 방식을 전폭 도입하고 있다. 지난 2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 관련 사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 주도 개발을 돕기로 했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행정부 조직도 상무부로 모아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2025년부터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용도 민간에 위탁할 방침이다.

미국엔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우주 관련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2009년 이후에만 300개 이상의 관련 스타트업이 생겨 38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이 뛰어들면서 우주 개발비는 낮아지고 있다. 위성을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년 전 2억달러에서 최근 6000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스페이스X 등이 개발 중인 재활용 로켓이 상용화되면 500만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 제작 비용도 몇 년 전 수억달러에서 최근 최소 50만달러로 낮아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일 보고서를 내고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지난해 3500억달러에서 2040년에는 최소 1조10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