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부사장(왼쪽부터), 김선섭 전무, 윤승규 전무, 이종근 전무.
김승진 부사장(왼쪽부터), 김선섭 전무, 윤승규 전무, 이종근 전무.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과 인도 등 일부 해외 권역본부의 수장을 30일 교체했다. 전체 해외사업을 지원하고 본부 간 업무를 조율하는 사업관리본부장을 포함해 일부 권역본부장은 임명된 지 5개월 만에 물러났다. 강도 높은 쇄신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이날 김승진 글로벌미래전략TFT장(50·부사장)을 사업관리본부장에, 김선섭 사업운영전략사업부장(52·전무)을 인도권역본부장에 임명했다. 기아차는 윤승규 미국판매법인장(52·전무)을 북미권역본부장으로, 이종근 기업전략실장(57·전무)을 멕시코법인장으로 발령했다. 또 이경재 슬로바키아법인 생산실장(58·상무)을 슬로바키아법인장으로, 김진하 아중아지원실장(58·이사)을 러시아권역본부장으로 이동시켰다.

이전까지 사업관리본부장을 맡았던 김형정 현대차 부사장과 구영기 부사장(인도권역본부장), 임병권 기아차 부사장(북미권역본부장) 등은 자문으로 위촉됐다. 지난 6월 임명된 이들은 반년도 안 돼 물러났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해외부문 인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현대·기아차는 6월부터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과 베이징현대 및 둥펑위에다기아 대표, 현대·기아차 중국 사업본부장(사업총괄) 등을 차례로 바꿨다. 20년 넘게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고문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부문의 주요 책임자를 대대적으로 바꾼 것은 해외 사업 부진의 책임을 묻고 쇄신인사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801만 대) 이후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인 725만 대밖에 팔지 못했다. 올해도 판매량이 740만 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권역본부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진 부사장은 해외 권역본부 체제의 기본계획을 수립한 인물로 알려졌다. 권역본부 체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김 부사장에게 해외사업 전체를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권역본부 체제는 각국의 생산·판매법인을 통합하고 권역본부장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게 핵심이다. 해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입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조만간 국내 부문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올 9월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부문별로 강도 높은 인사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쇄신 인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사를 통해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는 정 수석부회장 외에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정태영(현대카드) 등 6명의 부회장이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