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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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시장에 꾸준히 인상 신호를 전달한 끝에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인 만큼 예견된 금리 인상이었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내년으로 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

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계속 동결한 상태였다. 올해 내내 만지작거리던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결국 1년 만에 꺼내든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11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가능성 등을 반영해 전월보다 '인상' 관측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금융투자협회가 76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9명(79%)에 달하는 응답자가 한은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월(33%) 조사 당시보다 '인상' 응답 비율이 46%포인트 뛴 수치다.

한은은 그동안 금융불균형 누적 해소를 명분으로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내왔다. 이 총재는 10월 금통위, 국정감사 등을 거치며 사실상 금리 인상을 사전 예고한 상태였다. 다만 꾸준히 '실기론'이 불거진 시장에서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야 금리를 올린 한은에 대해 결국 경기 하강기에 시중 유동성을 조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추가 금리 인상 향배는…전문가 "당분간 어렵다"

1년 만에 인상된 기준금리는 언제 추가로 오를까.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단발성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중미 무역전쟁 등 대외변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 소비 부진 우려가 가중되고 있어 한은이 연속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11월 금통위의 금리 인상 배경으로 작용한 금융불균형 누적,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등 요인이 이 같은 유인을 상회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전망에 비춰) 한미 금리 역전폭이 내년에도 확대되겠지만 국내 경기 여건에 비춰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생산, 투자, 소비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국면 판단에 논란이 많지만 국내 경기의 정점은 지난해 2분기 내외로 추정된다"며 "그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소비도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 악화와 고용 부진을 고려하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에 한은이 금리 동결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여건 악화를 감안할 때 내년에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에는 한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의 책무는 물가와 금융 안정인데 주춤하는 부동산 가격, 외국인의 채권 잔고 추이 등에 비춰 내년에는 인상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내년도 부진한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 기조가 뒷받침돼야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국내외기관, 韓경제성장률 눈높이 '하향'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상태다.

자료=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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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3%로 낮췄다. 고유가와 미중 무역전쟁 등이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를 이끌면서 한국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제시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2.7~2.8% 추정)을 밑도는 수준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3.0%에서 2.8%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9%에서 2.6%로, 3.0%에서 2.8%로 깎았다.

한국은행은 10월 금통위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8%에서 2.7%로 내려잡은 상태다. 투자와 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해지면서 2회 연속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한은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는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 당시인 2012년(2.3%)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5년과 2016년 2.8%를 기록했고,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3.1%를 기록한 바 있다.

◆1500조 넘어선 가계빚…취약계층 금리 인상 버텨낼까

금리 인상 여파로 향후 저신용·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빚이 15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향후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빚이 많은 가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원, 15세 이상 인구는 4423만7000명, 경제활동인구는 280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산술적으로 15세 이상 인구 1인당 3423만원,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기간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5393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경제 규모 성장에 따른 대출자산 증가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가계소득 대비 빠르게 빚이 늦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신용은 2013년 4분기 1019조원을 기록하며 1000조원을 넘은 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최근 3년새 30% 뛰며 크게 늘었다. 부동산 시장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고, 가계부채 대책의 '풍선 효과' 등으로 제2금융권의 대출도 늘었다.

금융당국의 강화된 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함께 취약차주의 부담 가중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금리 변동형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0월까지 14개월 연속 상승한 상태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통상 하위 30% 이내)이거나 저신용(7~10등급)인 사람들을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는 149만9000명으로 집계됐고,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85조1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금리가 1%포인트(100bp) 상승하면 현재 34만6000가구인 고위험가구 비중이 전체의 3.1%에서 3.5%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고위험가구는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넘는 위험가구 중 원리금상환부담이 크고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능력도 취약한 가구를 뜻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용대출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차주의 타격이 우려된다"며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중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소득은 크게 늘지 않고 이자 부담이 가중된 취약계층 가계대출의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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