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운영권 '국제경쟁'
국내 기술로 짓는 바라카 원전, 부가가치 높은 장기정비 계약
한수원 수의계약 장담 못해…UAE, 脫원전 불안감 수차례 표출

60년 아닌 10년 계약 뿐
60년 54조원 매출 확보는 '과장'…현실화된 건 운영지원계약 10년
UAE, 佛과 서비스계약 맺으며 한전에 사전 협의도 안해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짓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핵심 운영 권한인 장기정비계약(LTMA)이 내년 상반기 국제 경쟁입찰에 부쳐진다. 한국형 원자로(APR1400) 4기를 설치하는 만큼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의계약 형태로 따낼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라진 결과다. 지난 21일 장기서비스계약(LTSA) 역시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간 만큼 한수원의 정비계약 수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UAE원전 장기정비 돌연 '경쟁입찰'…한수원 '독점 운영권' 날아갈 위기

장기서비스계약, 佛업체로 넘어가

2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UAE 원전 운영업체인 나와(Nawah)는 내년 상반기 바라카 원전 4기(총 5600㎿)의 장기정비계약을 국제 입찰에 부치기로 했다. 원전 운영권 계약에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장기정비계약은 한수원이 2016년 따낸 운영지원계약(OSSA)과 함께 핵심 운영권으로 꼽힌다. 운영지원계약은 한수원이 10년간 3000여 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게 골자이며, 계약액은 총 9억2000만달러였다.

UAE원전 장기정비 돌연 '경쟁입찰'…한수원 '독점 운영권' 날아갈 위기

장기정비계약은 원전이 완공된 뒤 일상적인 정비 업무를 전담하는 것으로 운영지원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계약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원전 정비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원전 유지보수 기술 개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계약액 역시 운영지원에 비해 2~3배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기간은 최소 10년이다.

당초 한수원은 10년짜리 운영지원계약을 맺으면서 장기정비계약도 당연히 한수원 몫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UAE 측이 정비계약을 경쟁입찰로 전환한 만큼 EDF는 물론 중국 CGN, 러시아 로사톰,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원전 프로젝트에 한국전력 컨소시엄과 함께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곳들이다.

정부와 한전, 한수원 등은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약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을 설계하고 시공한 만큼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UAE 측이 장기정비계약을 프랑스나 미국에 맡길 경우 한국형 원자로를 따로 연구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최종적으로 한국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6월 한국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뒤 UAE 측은 원전 부품 생태계 유지에 대한 의구심을 수차례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앞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품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을 UAE 측이 여러 번 물어본 건 사실”이라고 했다.

바라카원전 운전시기 계속 지연

UAE 원전 측이 EDF와 장기서비스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한국 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나와는 UAE원자력공사(ENEC)와 한전이 82 대 18의 비율로 2016년 설립한 합작회사다. 아부다비 본사엔 한국 측 인력도 적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계약 규모가 2000만달러 이하일 경우 사전 협의가 필요 없다”며 “나와 측과 EDF 간 계약액이 1000만달러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 원전 전문가는 “핵심은 EDF로 넘어간 기술자문 등 계약을 한국 측이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한수원이 40여 년간 20기 이상 원전을 운영해온 만큼 충분한 실력이 있는데도 프랑스로 넘어간 건 그만큼 UAE 측이 불안해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2016년 ‘60년 동안 54조원 규모 UAE 원전의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내용도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60년은 바라카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UAE와 원전 운영권 관련 계약을 맺은 건 10년간 운영인력을 파견한다는 게 전부”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운영권인 장기정비계약을 한국이 놓칠 경우 UAE 원전 운영권이 사실상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바라카 원전의 운전 시기가 계속 지연되는 점도 문제다. 작년 운전을 개시할 예정이었던 1호기는 일러야 내년 말 상업운전을 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UAE 원자력위원회는 지난 21일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운영 허가를 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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