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장관 "업계의 지원자 역할 충실히 하겠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산업부가 '기업의 기 살리기'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산업부는 손 회장이 이날 경총회관을 방문한 성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성장잠재력이 둔화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손 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데 우려를 표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과 기업 승계를 위한 상속세 부담 완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또 최저임금 시급을 계산할 때 실제 일하지 않는 주휴 시간을 포함하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 업계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아울러 혁신성장, 일자리의 질 개선 등 정부의 정책 기조를 기업들이 잘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경총도 많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성 장관은 손 회장의 의견을 듣고서 산업부가 업계의 지원자(supporter)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성 장관은 제조업 활력 회복과 기업의 투자·고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라는 인식으로 취임 후 주요 경제단체를 방문하고 있다.지금까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총을 만났다./연합뉴스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손경식 회장(사진)과 만나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고, 28일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총을 방문한다. 법무부와 산업부 장관이 경총을 찾는 건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경총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27일 경제계에 따르면 박 장관과 손 회장의 만남은 법무부 요청으로 이뤄졌다. 경총이 상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박 장관이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싶다며 면담을 신청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박 장관은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하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들은 외국계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된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손 회장은 성 장관과의 면담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총 회장단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초청했다.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경제단체가 경총”이라며 “정부가 경총을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총은 올 들어 상법 개정뿐만 아니라 협력이익공유제, 최저임금 인상, 상속세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경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빈자리 채우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경총은 지난 7월에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 목적을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경제사회정책 구현’과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로 넓혔다. 기존 사업 목적은 ‘노사 간의 이해 증진 및 협조 체제의 확립과 기업경영 합리화’와 ‘건강한 노동운동 조성으로 산업 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이었다.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
중견기업계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법안이 기업가정신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성 장관은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답했다.성 장관은 26일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단을 만나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산업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중견기업 관계자들은 각종 규제 법안으로 기업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견기업인들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은 이 법들을 거론하며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한 중견기업 대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경영 방어능력이 취약한 우량 중견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첫 번째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부당 내부거래 규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 폐지 등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달 공정위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내부거래 규제 강화는 목적과 의도 등을 따지지 않고 모든 내부거래를 부당한 것으로 매도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악의적인 고발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진식 심팩(SIMPAC)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대표 등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너무 짧아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쳐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다음달 시행을 앞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건의도 나왔다. 김태천 제너시스BBQ 부회장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영세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며 “객관적인 신청인 기준안을 마련하고 심의기관을 공정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상헌 한글과컴퓨터 부회장은 “인공지능 사업 등 혁신 제품 서비스의 공공 입찰 때는 사업 실적 평가 요건을 완화하는 등 신사업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망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도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기술 인력 지원, 인프라 구축 등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윤성호 남성 대표는 “강소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자사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 수출, 연구개발(R&D), 금융 등 지원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성 장관은 “건의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 혁신성장과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며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