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임대료 높게 받으면서 수수료만 내리라니…" 울상
정부의 인하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인천공항 환전 수수료를 최대 0.5%포인트 내렸다.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에 이어 또 한 번 금융권을 상대로 가격 개입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존 4.5~4.6%였던 공항 환전 수수료를 4.15% 수준으로 일제히 낮췄다. 은행에 따라 인하 폭이 0.3%포인트에서 0.5%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환전수수료 낮춰라" 총리실 지적에…시중은행들 최대 0.5%P 줄줄이 인하

국무총리실은 이달 초 공항 수수료 간담회를 열고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신한·우리·KEB하나은행을 상대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일반 점포의 환전 수수료율이 1.5~1.9%인 데 비해 공항 환전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질타했다. 시중은행들의 이번 인하 조치가 총리실의 압박에 ‘백기투항’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은 공항 환전 수수료율 인하 외에도 각종 캠페인을 통해 실질 수수료율을 더 낮추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각종 할인 혜택을 감안할 때 실질 환전 수수료율은 기존에도 3.5% 수준이었다”며 “이번 수수료율 인하 조치와 캠페인 확대로 실질 환전 수수료율이 3.0% 이하로 대폭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중은행들이 공항 입점 임대료 부담을 수수료율에 녹여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환전 수수료 인하를 주문했다. 일반 영업점포보다 공항점포가 3%포인트 이상 수수료를 높게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환전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한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지나친 가격 개입이라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나라 공항에 입점한 은행들도 일반 점포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공항은 임대료가 비싸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인천공항은 경쟁입찰을 통해 입점 은행을 정하고 있고, 은행에 따라 연간 임대료를 500억원 이상 부담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고객 상당수는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수수료를 할인받고 있어 이번 인하 혜택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볼 것”이라며 “공항 임대료는 높게 받으면서 환전 수수료를 낮추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지훈/정지은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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