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63)이 예고 없이 총수직에서 물러났다.

청바지에 터틀넥 스웨터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 임직원 200여명 앞에서 "새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여러분에게 저의 한가지 결심을 알리려 한다"라고 운을 뗀 뒤 "내년 1월1일 자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전격적인 사퇴 선언이 나오자 이곳저곳에서 임직원들의 탄식이 이어졌고, 일부 직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의 퇴임 선언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임직원 행사인 '성공퍼즐세션'에서 사전 예고 없이 터졌다.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코오롱그룹 제공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코오롱그룹 제공
이 회장은 "그동안 몸담았던 코오롱을 떠나지만 지금은 제게 새로운 시작"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거듭 '도전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 5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경영 승계를 준비했다.

당시 재벌 후계자로는 드물게 최전방에서 3년간 군 복무를 한 이 회장은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2년만인 198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1991년 부회장에 이어 1996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을 시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에는 20여 년간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메세나대상 '메세나인상'을 받기도 했다.

또 국내 바이오산업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99년에 미국에 '티슈진'을 설립해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 개발에 나선 것도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40대 젊은 총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2004년 코오롱캐피탈 횡령 사건,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