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한 나라는 세계에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칠레와 멕시코, 러시아 3개국뿐이다. 여권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에 족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유례없는 감사위원 분리선출…문재인 정부, 한국만 시행하겠다고 고집
2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일반 이사와 별도로 뽑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법률로 도입한 국가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주주의 의결권을 강제로 제한하려는 발상을 하지는 않는다”며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도 극소수다. 한국(현행 상법)을 비롯해 미국 일본 필리핀 대만 이탈리아 중국 등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기업이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한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다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전환했다. 미국은 1940년대만 해도 22개 주가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지만, 기업사냥꾼들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잇따르자 17개 주가 의무화 규정을 폐지했다. 애리조나와 네브래스카 등 5개 주는 아직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주에는 대형 기업이 없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일본도 과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1974년부터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러시아와 멕시코, 칠레 등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들도 한국에는 없는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