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금융 계열사를 필두로 그룹 정기 인사를 시작했다. 생명, 화재, 카드,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부문 주력 5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전원 유임됐다. 올해 초 이미 경영진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는 상황 등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에 따르면 계열사별 정기 임원 인사가 29일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주력 금융 계열사 CEO들은 모두 유임됐지만, 이들 계열사는 CEO들의 유임 사실을 외부로 발표하지 않았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2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일찌감치 유임이 점쳐졌다. 2014년부터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던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도 현직을 유지했다. 최근 삼성카드의 실적 부진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외부 요인 탓이 크다는 분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 배당사고로 지난 7월부터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아 온 장석훈 부사장은 다음달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기존 CEO들이 유임되면서 곧바로 후속 임원 인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한 금융 계열사 CEO는 “개별 금융계열사들의 업황과 실적에 따라 이번주 중 계열사별로 임원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임원 인사는 삼성 금융 계열사가 삼성전자 등 타 계열사에 앞서 정기 임원 인사를 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2015년까지는 연말 또는 연초에 계열사 전체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별로 따로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는 10월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 올해 1월 삼성물산, 2월 금융 계열사 등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을 존중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따른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들도 다음주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단계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사장단 인사 요인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김기남 반도체·부품(DS)부문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남 사장은 회사 실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올해 1월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개의 주력 사업부 대표 중 패션을 제외한 3개 사업부 대표를 교체한 삼성물산도 사장단이 유임될 전망이다.

좌동욱/오상헌/서정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