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일본 닛산(日産)자동차가 22일 이사회를 열고 소득 축소신고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64) 회장의 회장직 해임안을 처리했다고 NHK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이날 오후 요코하마(橫浜)에 있는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의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에 대한 해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로써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에 파견돼 세계의 유력 자동차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재탄생시킨 '신화'를 연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곤 체제도 19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사회는 곤 회장과 함께 체포됐던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62)에 대한 해임도 결정했다. 이사회는 이날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닛산은 이들의 이사직 해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도 조만간 개최해 두 사람을 그룹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닛산은 후임 회장을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도통신은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이 잠정적으로 회장직을 겸하고 곤 회장의 비리를 낳은 불투명한 경영체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닛산은 또한, 외부 의견을 수용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삼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향후 임원 구성이나 곤 회장이 사실상 결정했던 임원 보수 제도 등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논의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덧붙였다.

곤 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보수를 축소, 허위로 신고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2011~2015년 자신의 실제 보수보다 총 50억엔(약 500억원) 가량 적게 기재한 유가증권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았으며 체포된 이후에도 스톡옵션 소득 미신고 등 추가 의혹이 일본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제기됐다. 닛산은 곤 회장이 체포되자 즉각 그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등 복수의 중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사회에 해임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곤 회장은 닛산의 실적을 '브이(V)자'로 회복시킨 '카리스마 경영자'로 평가받았다. 그가 이끌던 닛산과 미쓰비시(三菱)자동차, 프랑스 르노의 3사 연합(동맹)은 지난해 판매 대수가 1천60만대를 넘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3사 연합의 기둥 역할을 하던 곤 회장의 해임으로 이 연합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닛산과 르노, 일본과 프랑스 정부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향후 기업 연합의 관계 재구축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닛산 측이 곤 회장의 체포와 관련, "3사의 파트너십에 어떤 영향을 주는 성격의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닛산 내부에선 르노가 인사와 경영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파리를 방문 중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기업 연합을 지속하는 문제 등에 관해 회담할 예정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내주 이사회를 열어 곤 회장의 해임을 제안하기로 했다.

르노그룹은 지난 20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 뒤 곤 회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르노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jsk@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