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에 있는 로이힐광산. 무인 제어실에 들어가니 두 작업자가 모니터를 보며 드릴을 조종하고 있었다. 약 8㎞ 떨어진 채굴 현장에 있는 대형 드릴 9대를 원격 조종해 철광석을 캘 구멍을 뚫는 작업이었다. 드릴을 조종하던 해미시 모건 씨는 “사람이 직접 드릴로 구멍을 뚫을 때는 약 30명이 근무했는데 지금은 제어실에서 4명만 일하고 있다”며 “무인 운영으로 한 대당 드릴 작업량이 14%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패한 투자?…'복덩이'로 돌아온 포스코의 호주 광산
포스코가 지분 12.5%를 보유한 호주 로이힐광산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마이닝’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최종 목표였던 연산 5500만t 체제를 달성했다. 지금은 목표치를 6000만t으로 높였다. 한때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을 받던 로이힐광산이 포스코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로 자리잡으면서 ‘복덩이’가 됐다는 평가다.

로이힐광산은 매장량이 23억t에 달하는 대규모 철광석 광산이다. 길이 27㎞, 너비 7㎞ 규모로 단일 광산으로는 호주에서 가장 크다. 포스코 외에도 호주 광산업체 핸콕프로스펙팅(70%), 일본 마루베니상사(15%), 대만 차이나스틸(2.5%)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포스코는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 지분을 사들였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증산에 나서면서 철광석 가격이 t당 160달러에 달하던 때였다. 하지만 철강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료인 철광석 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로이힐광산 개발이 완료된 2015년에는 t당 55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로이힐광산의 생산량은 2016년 2400만t에서 지금은 5500만t으로 늘었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1년간 사용하는 철광석과 비슷한 규모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철광석 가격도 t당 70달러 수준으로 개선됐다. 포스코는 올해 로이힐광산에서 연간 철광석 사용량의 24%인 1400만t을 들여올 계획이다.

로이힐광산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드론, 무인 장비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200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이 기계를 조종하거나 광산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광산 현장에 있는 40개 이상의 폐쇄회로TV와 드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퍼스 본사로 보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레그 호킨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는 철광석을 옮기는 트럭도 무인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장은 “로이힐은 포스코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철광석을 공급하게 돼 있어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필바라(호주)=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