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바뀐 광주시 사업안에 현대차는 수익성·지속가능성 의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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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합의를 위한 마지막 협상이 이번 주 진행될 예정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25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할 광주형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광주시 투자협상단과 현대자동차 간 협상이 전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열린다.

광주시는 이달 말까지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합의 도출을 위한 막바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정부 예산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비를 반영하려면 국회 예산심의의 법정 시한인 12월 2일 전까지 합의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당초 이달 15일까지였던 협상 시한을 이미 한 차례 넘겼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협상 쟁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정임금과 노동 시간 등 2∼3가지 사안에서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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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는 광주시와 노동계의 합의안대로라면 현대차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5월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힐 당시의 사업안과는 그 내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530억원을 투자해 광주형 완성차 공장의 지분 19%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돼달라'는 투자안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광주시가 노동계와 협의해 마련한 새 사업안은 틀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임금의 경우 당초 사업안은 기존 완성차공장 근로자의 반값 수준인 연봉 3천500만∼4천만원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새 사업안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한 적정임금을 추후 책정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내용 자체가 모호한 데다가 기존 완성차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봉을 정하겠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적정 노동시간은 당초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고,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유예한다'는 내용도 '매년 임·단협을 한다'로 변경됐다.

노동시간을 줄일 경우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해 사실상 연봉이 오르게 되고,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해 임금을 정하기로 했던 것도 노사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대차 입장에선 사업안이 후퇴한 셈이다.

특히 광주형 완성차 공장은 배기량 1천㏄ 미만의 경형 SUV를 생산하게 될 예정인데 이런 경형차는 통상 중·대형 세단이나 SUV와 견줘 수익성이 낮다.

실제 현대차가 기존 생산라인에서 경형 SUV를 제조하지 않는 것도 현대차의 임금 수준으로는 경형 SUV를 생산해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광주시가 제시한 사업안은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530억원을 투자하고 꾸준히 차량 생산을 위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 서는데도 530억원을 투자했다가 공장이 문이라도 닫는다면 배임 논란에 휩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광주시가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거기에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하면 현대차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앞다퉈 투자하고 자동차 생산을 맡기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 광주시의 사업안은 어느 글로벌 완성차업체라도 선뜻 투자를 결정하고 차량 생산을 위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결국 현재의 사업안이 수정되지 않는 한 광주시와 현대차가 접점을 찾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사업안에 동의한 광주 노동계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출범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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