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다이어리

오가희 OhY Lab. 대표 (2)
'소확행'과 '소확횡'을 뒤로하고

‘소확횡’이란 말이 있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얘기할 때 쓰는 ‘행’이 아니라 ‘횡’이다.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 야근하며 사적인 용도로 프린터를 사용하거나 포장용으로 산 상자 테이프를 한 개 슬쩍 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 보고, 웃어넘길 일이다. 이 소확횡이 그리워질 날이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더니 다들 똑같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먹고 살려고?’ 맞다. 월급은 생존의 조건이었다. 월급은 통장에 잠깐 들렀다 도시가스·전기요금, 주택담보대출, 휴대폰과 인터넷요금 등으로 나간다.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값비싼 ‘시발 비용’도 월급이 막아줬다. 창업은 이런 월급을 포기하는 일이다.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이 시작됐다. 모아둔 월급과 퇴직금을 창업 밑천과 생활비로 쓸 것을 생각하니 대충 견적이 나왔다. 부족한 부분은 남편 월급으로 버티기로 했다. 나도 ‘희생’을 결심한다. 카페에서 무심코 마시던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로 대체한 것은 기본이다. 매 순간이 계산의 연속이다.

다행스러운 게 있긴 하다. 직장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확실한 ‘지름신’이 내리는 일이 없어졌다. 소확행을 위한 소비욕도 월급이 사라지자 함께 잠적했다. 매출이 발생하고 이익이 나기 전까지는 모아둔 돈과 남편 월급에 기대 살아가야 한다.

다른 창업자들도 비슷하게 사는 것 같다. 사무공간을 나눠 쓰는 디자이너 출신 백정민 코코아 대표는 주노야노(晝勞夜勞: 낮에 일하고 밤에도 일한다) 생활을 하는 두 아이 아빠다. 낮에는 꿈을 찾아 창업 활동을 하고, 밤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생활비를 번다. 동료 유치원 교사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의 길로 뛰어든 예비창업자 유혜승 씨도,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아이템을 고민하는 김보영 몰리프 대표도 주머니가 허전하긴 마찬가지다.

이 허전함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직은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언저리에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불확실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이라면 좀 낯 간지럽지만. 누군가는 꿈은 꿈일 뿐,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에 순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창업자들이다. 나도 무언가에 이끌려 이 길로 들어섰다. 직장인처럼 소확횡은 못해도 매 순간을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며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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