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60달러선 붕괴·서부텍사스유도 50달러 턱걸이
트럼프 '카슈끄지 지렛대' 위력…"사우디 감산계획 불발 가능성"
국제유가 1년여만에 최저…트럼프 '더 낮추라' 압박 통하나
국제유가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유가 압박이 가파른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23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0달러 선이 무너져 58.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7년 11월 3일 배럴당 58.72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기록됐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 1월물도 이날 배럴당 50.42달러에 마감돼 작년 10월 6일 50.16달러 이후 1년여 만에 최저가를 나타냈다.

이 같은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두둔이 거론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가 변하면 국제유가가 치솟는다며 '면죄부 성명'을 사우디의 석유정책과 연관시켰다.

석유시장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들의 감산 논의가 다음 달 6일 예정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주목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국 경제를 위해 추락하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감산을 추진하지만 카슈끄지 사태와 이를 지렛대로 한 미국의 저유가 압박에 밀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의 원유시장 분석업체 '페트로매트릭스'의 애널리스트인 올리버 자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보내면서 그 대가로 유가 인하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유가 유지를 밀어붙이는 와중에 (카슈끄지 사태 덕분에) 정치적 영향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가 내년 예산안을 지탱하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3.3달러가 돼야 한다고 최근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사우디가 감산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나 결국에는 감산량을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도발하지 않으려고 공식 감산합의 없이 조용히, 일방적으로 감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원유 거래자들은 사우디가 다음 달 산유국 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조율해내지 못하면 유가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원유수출 제재에 따른 부족분을 메우라고 요청하자 올해 여름부터 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은 이달 초 대이란제재를 집행하면서 8개국에 수입금지를 면제해 애초 예상보다 많은 원유가 더 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기름값이 떨어진다.

멋지다.

미국과 세계를 위한 감세와 같은 것이다.

즐겨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82달러이던 것이 54달러다.

사우디가 고맙지만 더 낮추도록 하자"라며 저유가 압박을 지속했다.
국제유가 1년여만에 최저…트럼프 '더 낮추라' 압박 통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