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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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우려가 불거진 후 한 달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은행주 가운데 우리은행에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매력을 끌어올렸단 분석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주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뚜렷한 주가 상승 동력(모멘텀)이 없을 뿐, 세컨더리 보이콧이 주가를 짓누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우리은행의 주식을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총 189만8697주 순매수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02억1400만원어치다. 16거래일간 단 하루(13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자'세를 지속했다.

이 기간 보유 지분은 27.62%에서 27.83%로 늘었다. 연초(27.27%)와 대비해서도 소폭 증가한 수치다.

이는 은행주가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로 곤욕을 치르리란 당초의 예상에 반하는 결과다.

지난달 말께 국내 증권가에는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국내 은행에 경제적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이를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일 '묻지마 매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주식시장은 파랗게 질렸고, 은행주는 급락했다. 지난달 30일 KB금융(47,950 +2.02%), 하나금융지주(36,700 +2.51%), 신한지주(44,100 +0.80%), 우리은행 등은 4~5% 동반 하락세로 마감했다.

금융당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이 같은 풍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유포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주가 이달 들어서도 줄곧 하락했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의 영향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각된다면 언제든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시기를 외국인 투자자는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지난달 31일 외국인은 우리은행을 98억원어치(62만8780주) 사들였다. 이후 이달 1일부터 누적 순매수로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기대감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우리금융지주(가칭)의 설립을 인가했다. 내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 의결을 바탕으로 내년 1월 지주사 법인을 설립, 2월 상장을 추진한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급락하는 증시 속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주가 하방을 강력히 지지하며 은행주 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높은 배당수익률, 중·장기적으로 완전 민영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매력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등은 외국인의 팔자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차익실현 물량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올해 주가 하락 폭이 25%를 웃돌아 은행업종 내에서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없었던데다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계속 출회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도 상승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부재했다는 평가다.

은행주의 반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적 대비 현저히 떨어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은행들이 배당성향 상향 등 주주친화정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는 유가증권시장 전체에 해당하는 이슈로 은행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외국인 지분이 높은 국내 은행주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이 없는 한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이 쉽지 않다"며 "은행들은 배당성향 확대, 자사주 매입 실시 등 의미 있는 주주친화정책 시행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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