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지난해부터 일자리안정자금 등 저소득층 지원에 54조원을 투입했는데도 고용은 물론 소득 분배도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소득 하위 계층일수록 소득이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상위 계층일수록 소득이 더 늘어 분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저소득층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으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역(逆)의 효과’를 낳아 ‘소득불균형성장’만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주성'에 54兆 쏟아붓고도…소득분배 '역대 최악'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소득 수준에 따라 전체 가구를 5단계로 나눌 때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줄었다. 2분위(하위 20~40%) 가계소득은 0.5% 줄었고, 3분위(하위 40~60%) 이상은 거꾸로 늘었다. 상위 20%인 5분위 가계소득은 8.8%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소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만 놓고 보면 1분위는 1년 전보다 22.6%나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다. 올해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16.4%) 올렸는데도 오히려 저소득층 가구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고용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반면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1.3% 늘어 분위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분배 수준을 나타내는 5분위 배율(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 배율)은 5.52배로,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소득분배지표 악화에 대해 “가계동향조사 통계에서 나타나는 상황의 엄중함을 잘 인식하고 있고,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