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경영 애로를 겪는 카드회사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금리 상승기 취약계층의 채무 상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서민금융지원체계 개선 방안도 적극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 현안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에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과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금융위 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사 노조와 대형 가맹점들이 금융위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도 금융위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 인하 때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하고, 대형마트 등은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때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아질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최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뒤 여신협회장과 8개 카드사 사장에게 23일 오후 긴급 간담회를 하자고 통보했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드업계 예상보다 큰 폭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는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규모를 확대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또 금리 상승기에 불법 사금융업자 단속을 강화하고, 대부업법 이자제한법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불법사금융신고센터 운영을 활성화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자동차·조선 등 최근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 분야에서 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담보 위주의 경직적 금융관행으로 인해 어렵게 확보한 납품·수주 기회가 무산되지 않게 사업성에 기반한 자금 공급이 이뤄지도록 추진하라”고 했다.

또 부동산 등 물적 담보가 부족한 기업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매출채권 등 유무형 기업자산을 포괄적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와 은행들의 기업금융 확대 기반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