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판도 바꾸는 편의점
(2) 골목상권 '최강자'로 부상

담배 매출 30%대로 떨어지고 즉석식품 비중 큰 폭으로 증가
'쑥쑥 크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 올해도 40%↑…3500억 추정

점포에서 직접 빵 구워 내놓고
고급 디저트 출시해 '밀리언셀러'

커피와 간식거리 함께 파는 '카페형 편의점' 만남의 장소로
바리스타 있는 편의점도 등장
광주광역시 상무중앙로에 있는 카페형 편의점인 GS25 상무본점에서 소비자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있다.  /GS25  제공

광주광역시 상무중앙로에 있는 카페형 편의점인 GS25 상무본점에서 소비자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있다. /GS25 제공

‘육첩반상 도시락부터 원두커피, 샐러드, 술안주까지.’

지난 21일 오후 9시께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편의점 CU 충정로점. 출출한 속을 달래러 들어갔다가 무엇을 고를지 고민에 빠졌다. 한 끼 식사거리인 도시락과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떡볶이, 바로 내려 먹을 수 있는 커피와 그에 곁들이기 좋은 조각케이크…. 외국산 맥주는 물론 미니 사이즈의 위스키가 매대에 가득했다.

편의점이 골목상권의 최강자로 등장했다. 한 끼 식사는 물론 커피, 디저트, 치킨 등 간식거리까지 선보이면서다. 카페형 편의점 등 특정 메뉴에 특화된 매장도 등장했다. 저가형 카페와 김밥집, 분식집, 치킨집 등 골목 내 전통적인 먹거리 가게까지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서 밥 먹고 커피·디저트까지…동네 슈퍼서 '음식 플랫폼' 진화

‘점심부터 후식까지’ 음식 플랫폼으로

편의점은 10년 전만 해도 밤늦게까지 담배와 음료수를 파는 ‘깨끗한 가게’ 정도로 여겨졌다. 당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담배에서 나왔다. 지금은 다르다. 담배 매출은 30%대로 떨어진 대신 먹거리 비중이 크게 뛰었다. 종류도 삼각김밥, 컵라면에서 원두커피와 베이커리 등 디저트류로 확대됐다.

편의점이 ‘동네 음식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계기는 도시락이다. GS25가 2010년 업계 최초로 배우 김혜자 씨를 모델로 내세운 ‘혜자도시락’을 선보이며 편의점 도시락 시대를 열었다. 이후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도시락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500억원 안팎이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올해 40%가량 증가한 3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3년 779억원에서 5년 만에 4.5배로 불어난 수치다.

편의점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찾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전용 커피머신을 배치하고 스페셜티 원두를 쓰는 곳도 생겼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1200~1800원대)이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났다. 편의점 주요 3사에서 판매하는 즉석 원두커피는 2016년 9450만 잔에서 지난해 1억6900만 잔으로 크게 뛰었다.

디저트류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점포에서 직접 빵을 구워 내놓고, 해외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디저트를 출시하고 있다. CU가 일본 현지에서 직수입해오는 ‘리얼 모찌롤’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찹쌀떡처럼 쫀득쫀득한 생크림을 빵 시트로 감싼 게 특징이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반년 만에 300만 개가 팔리는 등 편의점 디저트계의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편의점서 커피 한 잔 어때?’

커피와 간식거리를 함께 파는 카페형 편의점이 속속 늘고 있다. 이들 매장은 평균 면적이 75㎡(약 22평)인 일반 편의점보다 두 배가량 넓다. 방문객들이 머무르다가 갈 수 있도록 좌석 수를 대폭 늘렸다. 세븐일레븐은 2014년 국내 최초로 카페형 편의점 ‘KT강남점’을 열었다. 80평 규모의 복층형 점포로 40석 규모 테이블에 앉아 구매한 상품을 바로 먹을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에 93곳의 카페형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포에 따라 화장실부터 북카페, 스터디룸, 안마기 등을 두루 갖춰놨다”며 “이들 매장의 80%가 지방에 있을 만큼 카페형 점포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올 5월 업계 최초로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을 열었다. 서울 용산 해방촌점에서 시작한 ‘바리스타가 있는’ 이마트24 점포는 현재 29곳에 이른다. 프리미엄급 원두커피 수요가 있는 상권의 직영점에서부터 시작해 가맹점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편의점들이 카페형 점포를 확장하는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편의점은 고객 한 명당 점포에 머무르는 시간이 약 40초에 불과하다”며 “카페형 편의점을 도입해 고객들의 방문 시간을 늘리고, 편의점이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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