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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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회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협회가 달라지고 있다. 협회 고유의 전문 역할을 강화하면서 대외 영역을 넓히고 공익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협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확산돼야 회원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협회는 회원들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다. 주로 회원들에게 회비를 걷어 운영한다. 대형 협회는 대부분 회비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22개 은행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전국은행연합회는 사회공헌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대표적인 협회다. 각 회원사를 대표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2006년 이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한 금액만 104억원에 달한다. 2006년은 은행권이 ‘은행 사회공헌협의회’를 구성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해다. 은행연합회는 전국 공원 가꾸기 활동도 하고 있다.

지식재산 분야 최고 전문가인 변리사들이 구성한 대한변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한변리사회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사회공헌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지식재산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료 변리를 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도 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남북한 평화 분위기에 발맞춰 남북한 지식재산 제도 및 통일 방안 연구에도 착수했다.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한 발명가와 기업들이 필요한 지식재산 정책 마련과 교류 증진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금까지 불우이웃 돕기 운동에 쾌척한 금액은 100억원을 넘는다. 회원 변호사들이 취약계층 돕기에 발벗고 나선 결과다. 서울변회는 올해 초 후견제도지원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성년후견인 법률서비스의 필요성이 크게 늘어나서다. 성년후견인이 되려는 변호사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변호사의 후견역량 강화를 위해 공공후견인 법률지원 매뉴얼도 제정했다.

국내 8300곳에 가까운 건설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인들의 구심체다. 건설인의 권익 옹호는 물론 건설기술 개선도 추구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사들을 대변하기 위해 각종 법 개정을 건의하는 것도 대한건설협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대한건설협회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국회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SOC 투자 확대가 필수”라는 게 대한건설협회 측 주장이다.

제약산업 대표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았다. 국민 건강 증진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협회는 지난 2월 ‘AI(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을 발족했다. 신약개발에 AI를 접목시키면 연구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진단은 AI 신약센터 설립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 실정에 맞는 AI 개발 기반을 조성하는 등 신약개발 패러다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역할 재정립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기술과 표준을 신속하게 보급하는 게 가장 큰 과제로 떠올라서다. 우선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즈니스데이터분석사’에 대한 자격 인증 사업을 진행한다. 데이터 분석의 기초부터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블록체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상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기술 상용화에는 앞서 나가지만 핵심 표준 선점에는 무관심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4차 산업혁명 표준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만큼 표준협회가 세계적인 표준을 제안하고 선도하는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