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및 일부 시민단체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회계 부정을 둘러싼 논란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분식회계로 꼽히는 엔론 사태와 비교한 데 대해 삼성이 발끈했다. 회계 기준에 대한 해석의 차이일 뿐, 회계장부를 조작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엔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은 2012~2015년 회계처리를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고 믿고 있다”며 “백번 양보해 일부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엔론이나 대우조선해양 같은 악의적인 분식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엔론의 첫 번째 다른 점은 ‘명백성’이다. 엔론과 대우조선은 투자자 등을 상대로 매출을 늘려잡거나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기업 가치를 ‘뻥튀기’한 명백한 증거가 있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분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매출을 부풀리고 자회사의 손실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5조원대 분식회계를 했다. 엔론은 무리하게 추진한 통신사업이 실패한 사실을 조직적으로 숨기다 발각돼 파산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엔론은 파산 직전까지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대우조선 임원들도 성과급을 받기 위해 산업은행이 정한 목표에 실적을 끼워 맞췄다.

‘회계법인과의 손발 맞추기’가 없었던 점도 엔론 사태와는 다른 포인트다. 엔론은 당시 감사법인이던 아서앤더슨과 함께 조직적으로 통신사업 실패 흔적을 지웠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은 엔론 사례를 들며 ‘삼바 경영진을 사법처리하고 과징금 액수를 늘리는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투자자 등을 속일 목적으로 회계장부를 꾸미지 않은 삼바를 엔론과 비교하는 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