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기술 개발 등 성과를 내려면 정책 추진 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1일 민간 싱크탱크 FROM100이 연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 세미나에서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이 정부 주도여서 제대로 효과를 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규제혁신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규제 샌드박스도 신기술 평가를 정부가 먼저 한 뒤 규제를 면제해주는 식”이라며 “정부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평가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신산업에선 일단 허용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규제하는 ‘사후 규제’ 개념을 전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혁신성장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도 개혁이 시급한 분야로 꼽혔다. 박기영 순천대 대학원장은 “한국은 R&D 투자를 많이 하는데 개발 결과물이 사업화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정부 R&D 투자는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로 세계 2위다. 하지만 R&D 과제 사업화 성공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사업의 경우 38.1%에 그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60~70%)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박 원장은 “R&D 과제 선정을 정부 주도로 하니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대학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아 사장되기 일쑤”라며 “R&D 과제 선정부터 기술 평가 시스템, 기술 사업화 단계까지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R&D 기술 사업화를 위해 기술이전촉진법 등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R&D 사업화 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이 세계적인 제품·서비스로 거듭나는 성공 사례가 많다. 일례로 오늘날의 인터넷과 음성인식 기술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R&D 투자 결과물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