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사진=한국은행 제공)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사진=한국은행 제공)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0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 가능성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한국이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세계 각국이 지난 10년간 금융위기 여파를 겪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와 멕시코 중앙은행장을 지낸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19일부터 한은과 BIS가 공동으로 개최한 '아태지역 채권시장의 구조, 참가자 및 가격 형성'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일부 기초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을 제외하면 선진국과 신흥국이 대체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평가했다. FED가 금리 인상에 대해 충분을 시간을 두고 예고한 만큼 신흥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 대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외국인 자본 유치국 중 거시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했고 인플레이션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매우 잘 관리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이 안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고 지급준비율(지준율)도 잘 유지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건설적인 협상을 진행하기를 바란다"며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분명한 그림을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가장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이자 세계 주요 국가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구조 개혁"이라며 "완화책으로 각국의 구조 개혁이 지연돼 전 세계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이 시장경쟁력 개선, 인프라투자 확대, 노동 생산성 제고, 다자간 무역 등의 방식으로 구조 개혁을 도입하게 될 경우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잠재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BIS 이사진에 아시아의 일본, 중국, 인도 중앙은행에 이은 한국은행 총재가 합류해 BIS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개방성과 금융시장의 중요성, 한은의 물가상승률 관리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BIS에 이사회에 이미 합류했어야 했다"며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사회에 속하게)된 것은 다행이고 모두 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1997년 BIS에 가입한 후 처음으로 BIS 이사회의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되며 BIS 이사 임기는 3년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는 현재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로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안정을 위한 중앙은행간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BIS 이사회는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