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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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이후 중금리대출 시장이 금융권의 새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전이 필요할 때 쓰는 마이너스통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와 문턱이 더 높았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취급된 대출 기준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4.20%, 케이뱅크는 4.1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3.73%), NH농협은행(3.77%), 우리은행(3.93%)은 이보다 낮은 3%대의 평균금리를 제공했다. BNK경남은행(4.07%)도 인터넷전문은행보다 금리 수준이 낮았다.

반면 대출 문턱은 카카오뱅크·케이뱅크가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은행연합회 신용등급 기준으로 7등급 이하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다. 이들보다 평균금리가 낮은 신한·농협·우리·경남은행 등 4곳은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전 신용등급에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취급했다.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을 살펴보면 이 같은 결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9월 '6~7% 미만' 금리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취급한 비중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5~6% 미만' 금리 비중은 4.1%, '4~5% 미만'은 57.8%, '4% 미만'은 36.4%를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7~8% 미만' 금리 비중이 1.8%, '6~7% 미만' 금리로 대출을 실행한 비중은 5.0%로 나타났다. '5~6% 미만'은 12.0%, '4~5% 미만'은 17.0%, '4% 미만' 금리 비중은 전체의 64.2%를 차지했다.

대출금리가 낮을수록 고신용·고소득 차주일 가능성이 높고, 저금리 대출 취급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량 대출고객을 많이 유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취지와 달리 중·저신용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가 집행한 마이너스통장 대출에서 6% 이상 금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한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차주가 가중평균금리 연 16.5% 이하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통상 최저 6%, 최고 20%까지 중금리 대출로 본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출범 초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공언했다. 오프라인 점포·인력 운영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금리 혜택과 편의성을 높이고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이 보증부대출(공적기관 보증)로 이뤄진 까닭에 은행연합회의 대출 금리 공시자료에 빠져있어 중·저신용 대출현황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당시의 기대보다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국감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고객 80.1%(약 5조6888억원)는 신용등급이 1~3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전체 대출자 중 84.18%(약 9674억원)가 신용등급이 1~3등급인 고신용자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금리 부분에서 큰 차이를 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무조건 금리가 낮은 것은 아니니 대출을 받을 때는 여러 은행의 상품을 비교해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