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미니스톱 인수 가장 적극적
신동빈 회장, 인수전 직접 진두지휘
이마트24, 외형확장 마지막 기회
정용진 부회장은 '출혈경쟁' 꺼려
신동빈 vs 정용진, 편의점 사업 의지 누가 더 강할까?
편의점 시장에서 단숨에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미니스톱 인수 본입찰이 20일 마감된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롯데, 신세계, 글랜우드프라이빗애쿼티(PE)가 참여해 대략적인 기업 실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인수 희망가격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시장에서는 미니스톱을 롯데에서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거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경영비리' 및 '국정농단 뇌물공여'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뒤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약 25%인 12조5000억원을 유통 부문에 집중키로 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3일 일본으로 출국해 3주가량 머물면서 일본 롯데 경영진들을 두루 만나 현안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한국미니스톱 최대주주인 이온그룹 측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내수시장에서 열세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극복한 이온그룹의 사례를 자주 들어왔다.

신 회장의 '옴니채널'에 대한 관심도 미니스톱 인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는 이유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롯데는 현재 그룹 이커머스 통합에 매년 2조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온라인에서 보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신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도 유통 부문(BU) 경영진들에게 '인공지능(AI) 활용'과 함께 '옴니채널 연착륙'에 대한 숙제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롯데그룹 내부에서 세븐일레븐 쪽으로 '(인수 이후를) 대비해라'라는 신호가 내려갔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예비입찰에 나선 기업 중 유일하게 실탄(현금)이 넉넉하다는 것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편의점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이마트24' 간담회에 직접 나타나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핵심축으로 편의점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미니스톱 인수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건 이번이 사실상 기업형 편의점의 마지막 인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마트24(구 위드미)는 2014년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매장수 포화로 인한 신규 출점 제한과 최저 임금 인상 등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니스톱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후발주자로 편의점 시장에 뛰어든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매장수가 단번에 6000개까지 불어나 주요 업체들과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형마트에 집중돼 있는 수익구조를 다변화 할 수 있는데다 '노브랜드', '피코크' 같은 자체상표(PB) 상품들의 외형을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다만 정 부회장이 최근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커머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 '출혈경쟁'이 따르는 무리한 인수는 과거부터 꺼려왔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편의점 사업에 욕심을 내는 건 맞지만 '무인화(無人化)' 같은 미래형 점포에 대한 관심이지 점포 수 확장에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니"라며 "미니스톱이 이마트24와 운영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