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때 무기계약직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한 ‘비정규직 사용 규제’ 정책이 전체 고용을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일수록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이고 용역·도급 등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늘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비정규직법(기간제법, 파견법)을 시행했다. 이 법에 따라 기업들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때는 직접 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KDI는 “2007년 이후 정규직 고용이 증가했지만 전체 고용을 놓고 보면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 시행 이전 기간제·파견근로자 비중이 높은 사업체일수록 법 시행 뒤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기간제·파견근로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을 때마다 법 시행 후 전체 고용 인원이 약 3.2% 감소했다.

KDI는 기업들이 비정규직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용역, 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 사용을 늘린 것도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기타 비정규직 고용은 법 시행 후 10.1% 늘었다. KDI는 “노조가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정규직 증가 효과는 낮았던 반면 기타 비정규직 증가 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했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비정규직법으로 고용의 질은 좋아졌지만 일자리의 양은 줄어들었다”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용역 근로자가 늘어 비정규직 안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정규직의 근로조건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는 탄력근로제 도입이나 호봉제 폐지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