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웃사촌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쿡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곤경에 처한 저커버그를 계속 공격하고 있어서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임직원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라’고 지시할 정도로 감정이 악화됐다.

쿡은 18일(현지시간)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정보와 관련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일정한 규제가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쿡은 “첨단산업은 일정한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쿡의 이날 인터뷰는 페이스북이 지난 15일 회사 블로그를 통해 ‘저커버그가 임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고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확인한 뒤 이뤄졌다. 페이스북은 블로그에서 “쿡은 끊임없이 우리 사업 모델을 비판해왔지만 저커버그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임직원들에게 안드로이드 사용을 권하고 있다. 그것이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실리콘밸리 거물 경영자의 관계가 이처럼 악화된 건 쿡 CEO가 지난 3월 말 MSNBC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개인 정보를 밀거래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뒤부터다. 당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선거 운동에 활용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쿡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여러 번 만났다”며 “그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정부에 협조할 용의가 있음을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