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경기침체의 유령이 세계 경제에 어른거리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에 비해 각각 0.3%와 0.2% 감소했다. 3분기 성장률이 6.5%(전년 동기 대비)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던 중국은 10월 소비지표도 5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세계 4대 경제대국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던 미국으로까지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15일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꺾이고 있어 우려된다”며 “(미국 경기를 위협할 수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종전보다 각각 0.2%포인트 낮췄다.

최근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불안감을 주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최후 버팀목으로 여겨지던 소비 증가세가 꺾였고 기업 투자와 생산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거의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식과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中, 소비·투자 위축에 부동산까지 '휘청'…"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경제성장 둔화 확연

중국 정부가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은 6.5%(전년 동기 대비)다. 분기 성장률로는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다. 해외 분석기관 중에선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보는 곳도 꽤 있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는 “성장률 6.5%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과 자본, 생산성 등을 모두 고려해 추정하면 올해 4.1%, 내년엔 3.8%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발표를 믿더라도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엔 성장률이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4분기 성장률이 6.4%로 하락하고 내년 1분기엔 6.3%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한국 일본 대만 태국 호주 등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주변국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아시아·태평양 신흥국 성장률은 2년 뒤 0.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위축

중국 경제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그런데 그 소비 파워가 지난달부터 확연히 흔들리고 있다.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내구재 판매가 10월 뒷걸음질했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액은 작년 동기 대비 6.4% 줄어 위축된 소비심리를 보여줬다.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늘었다곤 하지만 증가율은 5월 이후 가장 낮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세일이 올해도 최대 판매를 달성했지만, 이벤트 성격의 행사로 전반적인 내수 흐름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지난달 신규 위안화 대출은 6970억위안(약 113조7000억원)으로 전달(1조3800억위안)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네 차례 인하하며 4조위안(약 651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중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장기 침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유동성 함정은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제조업도 흔들리고 있다. 10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까지 하락했다. 2016년 7월(49.9)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가 급락, 금융시장도 불안

금융시장 역시 요동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7% 하락하며 10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부채위기 경보음도 계속 울리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70개 도시의 주택 거래량은 전달 대비 45%나 줄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향후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는 위안화 채무 3850억위안(약 62조6700억원), 달러 채무 145억달러(약 16조36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업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