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상공회의소가 이달 열 예정이던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일본상의 측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대한상의가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두 나라 간 갈등이 경제계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18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의와 일본상의는 당초 지난 12~13일 부산에서 한일상의 회장단회의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상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대한상의가 이를 반대하면서 행사 추진이 중단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무산됐으며 내년 초 일본에서 다시 행사를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 경제단체가 함께 주관하는 행사에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이 신닛테쓰스미킨(新日鐵住金) 명예회장이기 때문이다. 신일본제철 후신인 이 회사는 최근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다.

미무라 명예회장은 지난 7일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일본의 많은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고 수출기지로 삼아왔으며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 기업은 안심하고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뿐만 아니라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 등의 판결도 남아 있어 양국 경제계 교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상의를 비롯해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경제동우회, 일본경영자단체연맹 등 일본의 경제 4단체는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직후 “한·일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의견을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