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거센 시장…달러자산 비중 높이고 대체투자 관심을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분위기는 미세먼지 가득한 창밖 풍경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올 한 해 투자자를 힘들게 했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내년 기업 이익 또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증시 전망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박스권 장세’로 내놓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투자자의 위험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런 투자환경에서는 불확실성 해소 국면까지 위험자산의 투자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예금 또는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시장 진입 시기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올해 부진한 시장 흐름 속에 이미 손절 시기를 놓친 경우도 많다. 포트폴리오 투자와 자산 리밸런싱 관점에서 또 다른 투자 대안은 없을까.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달러자산의 확대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유로지역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로 내년 상반기까지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달러 투자펀드나 달러 주가연계증권(ELS)뿐만 아니라 달러화 정기예금, 원금보존추구형 달러 기타파생결합사채(DLB), 환 프리미엄 신탁 등 안정적인 수익률을 바탕으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주식시장만큼 예측이 어려운 환율 움직임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자산으로의 자산 배분은 반드시 검토해 볼 만한 대안이다.

둘째, 국내외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체투자상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통화, 부동산, 원자재 등 대체자산에 폭넓게 투자하는 국내외 헤지 펀드는 그동안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관련 제도 개정 및 수요 증가에 힘입어 최근에는 이런 헤지펀드(혹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기회가 생겼다. 전통적 투자자산인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은 낮으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대안에도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다소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다시금 장기 적립식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시점이다. 굳이 평균매입단가 인하 효과 등을 말하지 않아도 장기 적립식 투자가 투자 위험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연금저축계좌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장기투자와 분산투자, 그리고 절세효과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적립식 투자 시 가장 우선해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작년 말로 신규 가입이 종료된 ‘비과세 해외주식전용펀드’는 개인별 3000만원까지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작년에 계좌만 개설해 놓고 아직 투자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면 시장이 추가로 조정받을 때마다 분할 매수를 통해 한도를 채울 것을 권한다.

“배는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내년 금융시장에도 올해 못지않은 거친 풍랑이 예상된다. 하지만 충분한 고민과 경험 많은 항해사의 지혜를 모으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진영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