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5명의 은행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총리가 오찬에 앞서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 김 회장, 이 총리,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뒷줄 왼쪽부터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 빈대인 부산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5명의 은행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총리가 오찬에 앞서 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 김 회장, 이 총리,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뒷줄 왼쪽부터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 빈대인 부산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은행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핀테크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16일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은행장 15명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연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은 한 은행장이 “국내 은행들도 외국 금융회사와 경쟁하려면 디지털 역량을 높여야 하는데 핀테크업체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에 묶여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금융회사인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총리실과 협의해 관련 법규를 삭제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즉각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나 인터넷전문은행법 같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부가 더 해야 할 것은 없는지 금융권이 적극 제안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내외 경제 여건이 동시에 안 좋은 상황인데 은행장들이 국내 경제의 피가 돌게 하고 정부 경제운용에 협력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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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은행장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도 바짝 긴장했다. 간담회엔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황윤철 경남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 등 15명의 은행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예상과 달리 이 총리는 부드럽게 간담회를 시작했다. 이 총리는 “은행장들께 당부 드리고자 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며 “네 가지 감사 말씀을 전하고, 세 가지 사안에 대한 제안을 듣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이 총리는 은행장들이 △정부 경제 운영에 협력 △중견·중소기업 지원 확대 △취약계층·서민 지원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공익활동 등 네 가지에 적극 힘써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금융권의 노력 △금융권의 노력을 돕기 위해 정부가 더 해야 할 일 △정부 정책과 경제 운영에 대한 금융권의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장들은 개인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금융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 총리에게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 여론이 있지만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성화하는 방안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기회가 있는 만큼 은행들이 적극 진출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현지 당국에 관련 인가를 빨리 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지방은행장은 “자동차, 조선 등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가 어렵다”며 “은행들도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정부도 지역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조선, 자동차 부품 등과 관련한 대책을 연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 경쟁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은행을 배려해달라는 요청에 “지자체가 지방은행을 일정 부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만큼 적극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도, 적게 내도 비판을 받는 것은 금융인의 숙명 같다”며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면 가능한 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부자들이 낮은 금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냈다.

이 총리는 김태영 회장을 오랜 친구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은 “이 총리의 좌우명이 가까이서 듣고 멀리 내다본다는 의미의 ‘근청원견(近聽遠見)’”이라며 “은행장들을 격려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상미/김채연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