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령탑 전격 교체…정의선 쇄신 인사 신호탄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사업 관련 임원을 대폭 물갈이했다. 2년 넘게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사진)의 쇄신 의지가 담긴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사를 신호탄으로 연쇄적인 임원 인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위기의 중국 사업 구하라”

현대차그룹은 16일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장(부사장·62)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에 임명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업무총괄 및 베이징현대 대표, 현대·기아차 중국영업사업부장 등을 거친 ‘해외통’이다. 중국제품개발본부장에는 차석주 현대·기아차 중국기술연구소장(전무·56)을 부사장으로, 현대차그룹 중국 지주사 대표엔 이혁준 지주사 정책기획실장(상무·49)을 전무로 각각 승진시켜 임명했다.

차석주 중국제품개발본부장·이혁준 중국 지주사 대표
차석주 중국제품개발본부장·이혁준 중국 지주사 대표
중국 현지 생산을 총괄하는 수장도 교체했다. 문상민 베이징현대 창저우공장장(상무·57)을 베이징현대 생산본부장에, 김성진 기아차 화성공장 생산담당 상무(52)를 둥펑위에다기아 생산본부장에 각각 임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윤몽현 터키법인장(55·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베이징현대 대표에 앉혔다. 기아차는 진병진 생산기술센터장(59·전무)을 부사장으로 올려 둥펑위에다기아 대표를 맡겼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고문(73)을 비상임 고문으로 위촉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다.

설 고문은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대표해온 상징적 인물이다. 대만계 화교 출신인 설 고문은 1990년대 초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이끌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중국 관련 사업에 대해 조언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2004년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에 올라 중국 내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을 주도했다. 2014년 부회장에서 중국사업총괄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사실상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하지만 관계나 연줄을 의미하는 ‘관시(關係)’에 의존한 설 고문의 사업 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에 공장을 연쇄적으로 짓는 과정에서 잡음이 잇따르기도 했다.

‘쇄신 인사’ 본격화 전망

中 사령탑 전격 교체…정의선 쇄신 인사 신호탄
현대·기아차는 중국 사업 관련 조직도 개편했다. 중국사업본부를 지휘하는 중국사업총괄직(이병호 사장)을 신설하고 본부 안에 중국영업사업부를 새로 만들었다. 사업부장은 베이징현대에 있던 설호지 상무가 맡았다. 설 고문의 아들이다. 중국전략담당 산하 중국정책지원 태스크포스팀(TFT) 조직은 없앴다.

이번 인사는 위기에 빠진 중국 사업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 270만 대다. 하지만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은 최근 5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생산 물량을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이날 인사를 시작으로 쇄신 인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 시기도 평소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다. 임원 승진자 수도 지난해보다 5~10%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급 이상 고위 경영진의 고강도 쇄신 인사도 점쳐지고 있다. 그룹 내 부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7명, 사장급 임원은 그룹 총괄부문과 계열사 대표 등을 합쳐 20여 명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