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무노조' 삼일회계법인에 노조 탄생…회계법인 최초
설립 후 48년 동안 노동조합이 없었던 국내 최대 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 노조가 탄생했다.

국내 회계법인에 노조가 생긴 거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지난 15일 삼일회계법인지부가 설립 총회를 열어 노조 '에스유니온'(S-Union)을 출범하고 황병찬 초대 지부장을 선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일회계법인 노조 설립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이를 논의할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직원들 간 갈등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9일 치러진 근로자 대표 선출을 위한 3차 투표에서 출마자가 투표권자 대비 46%인 1천585표를 득표하는 데 그쳐 과반 찬성을 받지 못해 당선되지 못했다.

근로자 대표가 선출되지 못한 배경은 삼일회계법인이 사측 입장을 수용할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또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는 재량근로제를 시행하면 이후 사측이 대체 휴무나 급여를 보전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선거가 파행을 겪은 배경으로 꼽았다.

황 지부장은 "근로자 대표 선거에 대한 회사의 부당한 개입과 회사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노조 설립의 도화선이 됐다"며 "이런 부당함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우리 의견을 제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했다"고 말했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회계법인의 회계사 임금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회계사 1천868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1971년 설립 이후 48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에서 노조가 탄생한 만큼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장은 "회계사들이 자본주의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그 기저에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몰린 젊은 회계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있다"며 "매년 숙련 인력 1천명이 회계법인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설립돼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양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