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임원·외부 수혈…'ICT 인재'에 꽂힌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30대 연구원을 이사로 승진시키고 KT, 네이버 같은 ICT 기업의 인재를 데려오는 데도 적극적이다. 순혈주의와 연공서열 중심 인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차그룹에서는 파격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클라우드 전문가인 김지윤 상무를 영입했다. 김 상무는 KAIST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딴 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서 일하다 인터넷 방화벽업체인 트러스컴을 설립했다. 2011년부터는 KT그룹에서 클라우드 관련 업무를 맡았다. 현대차는 김 상무에게 ICT기술사업부장 자리를 맡겼다. 그는 입사하자마자 유럽 최대 통신사인 보다폰과 커넥티드카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상무의 직속 상관인 서정식 ICT본부장(전무)도 KT 출신이다. 서 본부장은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과 KT클라우드웨어 대표 등을 지냈다. KT가 2010년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할 때부터 이 사업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는 올초 정보기술본부장(상무)으로 현대차에 영입된 지 1년도 안 돼 전무로 승진했다. 1969년생인 그는 현대차 전무급 인사 중 가장 젊다. 다른 전무급 인사는 대부분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출생이다.

현대차는 최근 인공지능(AI) 분야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인 ‘에어 랩’을 신설하고, 이 조직을 총괄할 전문가를 네이버의 첨단 기술 개발 계열사인 네이버랩스에서 영입했다.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이사)가 주인공이다.

장웅준 자율주행개발센터장(이사)도 파격 승진을 거듭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1979년생인 그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일했고 자동차 보안회사를 창업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현대차에 첨단운전보조기술(ADAS) 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했으며, 지난해 38세 때 이사대우로 승진했다가 올해 이사가 됐다. 현대차 내 이사들은 대부분 50대다.

계열사에서도 ICT 인재가 인정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ICT연구소장에 장재호 전무를 임명했다. 그는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담당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에서 일했던 전자공학 전문가다. 현대오트론에서 전장(차량 전자장비) 분야를 맡았다. 전 ICT연구소장(양승욱 부사장)은 기계 전문가였다.

현대차그룹이 ICT 인재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은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ICT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