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이 바다에 김치운반선 띄우는 까닭
동원산업 임직원과 가족 90여 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 동원F&B 양반김치 공장에서 김치 담그기 행사를 열었다. 이날 담근 김치의 양은 8㎏짜리 김치통으로 250여 개. 다른 기업처럼 소외된 이웃과 나누려는 목적이 아니다. 태평양 인도양 등 드넓은 바다에서 조업 중인 선장과 선원 등 1050명을 위한 김치다.

원양어업을 주로 하는 동원산업의 해상 직원들은 참치 등을 잡기 위해 한 번 바다로 나가면 짧게 1년, 길게는 2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바다에서 조업 중인 배는 모두 40여 척이다. 동원산업은 이들을 위해 6년 전부터 ‘동원해상가족을 위한 행복김치 담그기’ 행사를 해오고 있다.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 지상 직원까지 모두 힘을 합쳐 정성껏 김치를 담근다. 직접 쓴 편지를 스티커로 만들어 김치통에 붙이기도 한다.

행복김치 담그기에 참여한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가족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통해 타지에서 고생하는 해상 직원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해상 직원들이 안전한 조업으로 만선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한식이 그리울 해상 직원을 위해 월 1~2회 한국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운반선을 보낸다. 전체 조업선에 도달하는 기간은 1~2년. 이렇게 보내는 식재료는 연간 4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번에 담근 행복김치는 16일 부산항에서 운반선에 실려 태평양 해역의 거점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치는 초저온 냉장보관 상태로 이동되며, 조업 사정 등에 따라 1~2개월 뒤 도착한다. 지난해 조업 중 배 위에서 김치를 받아봤다는 백호현 기관장(맨 앞)은 “가족들이 고국에서 담가 보내줬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했다”며 “행복김치가 도착하면 다른 어선들이 부러워하면서 ‘한 통만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