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엽떡’을 단 게시물은 28만8000개에 달한다. ‘#엽기떡볶이’는 13만1000개, ‘#동대문엽기떡볶이’는 3만5000개다. 이들을 합치면 모두 45만4000여 개. 경쟁사인 신전떡볶이(13만5000개)나 죠스떡볶이(6만3000개)보다 2배 이상 많다.

'동대문 엽기떡볶이'는 어떻게 시장을 점령했나
서울 ‘동대문 엽기떡볶이’는 10대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생들이 방에서 3~4명씩 모여 엽떡을 배달시켜 먹는 건 흔한 일이 됐다. 가맹점 수도 빠르게 늘며 떡볶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엽떡이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매운맛, 배달문화, 토핑 등을 엽떡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엽떡의 시작은 2002년 ‘땡초 불닭발’이었다. 동대문 엽기떡볶이를 운영하는 금주영 핫시즈너 대표는 1990년대 중반까지 잘나가던 동대문 의류상이었다. 동대문 의류회사에서 상품기획자(MD)로 일하다 의류도매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 버렸다.

재기를 노리던 금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술안주로 먹던 불닭발을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동대문 시장을 찾는 여성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동대문 중앙시장 안 13㎡ 남짓한 공간에서 불닭발 사업을 시작했다. 매장이 좁아 배달 전문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맛있게 매운맛’을 내는 특제 소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사업은 순조로웠다.

불닭발 사업은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가 강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전체 매출은 줄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알아보니 사이드 메뉴인 ‘엽기떡볶이’ 매출이 급증하고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 전체 매출의 60%는 닭발이 아니라 떡볶이가 차지했다. 동대문 엽기떡볶이의 정식 명칭이 ‘불닭발땡초동대문엽기떡볶이’인 사연이다.

엽떡 기본메뉴의 가격은 1만4000원이다. 지갑이 얇은 10대 학생들이 3~4인분을 시켜 돈을 나눠내기 적당한 양과 가격이다. 1만원 중반대의 가격은 배달대행 서비스를 활용하기에도 적절했다. 핫시즈너 관계자는 “배달 주문이 가능한 자체 앱(응용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내놔 배달수요를 잡는 데 주력했다”며 “떡볶이에 10여 개에 달하는 토핑을 추가할 수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음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엽기떡볶이 매장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375개였던 매장 수는 지난해 440개까지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동대문엽기떡볶이의 점포당(지난해 기준) 매출은 4억7448만원이다. 다른 떡볶이 가맹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