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육군의 K1 전차(사진)를 정비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속앓이하고 있다. 못 받은 정비 대금이 600억원에 달해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1월부터 육군의 K계열 전차를 정비하고 있다. 정비 대상은 K1 전차 38대, K1A1 전차 25대, 구난·교량 전차 24대, 차체부품 7개 등이다. K1A1 전차는 K1 전차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구난 전차는 고장 난 전차를 견인하는 장비다. 교량 전차는 전차가 좁은 하천이나 끊어진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돈도 못 받고…오늘도 K1 전차 정비하는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지난 7월부터 정비를 마친 전차를 순차적으로 육군에 납품하고 있다. 전차는 내년 6월, 차체부품은 내년 11월까지 납품하는 게 목표다. 지난 2일과 5일에는 정비 대금 지급 주체인 방위사업청과 가격 협상을 마쳤다. 계약 규모는 총 1730억원이다. 정비부터 하고 나중에 방사청과 가격 협상을 하는 게 업계의 관례다.

그런데 방사청이 가격 협상 이후의 계약 절차를 미루면서 정비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현대로템은 호소한다. 통상 방사청은 가격 협상 이후 3일 내에 전자계약 절차를 거쳐 계약서를 발행한다. 계약서가 발행돼야 정비 대금이 지급된다. 현재까지 K1 전차 14대, K1A1 전차 10대, 구난·교량 전차 6대의 정비가 완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로템이 당장에 방사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정비 대금은 597억원이다.

현대로템은 자금난을 걱정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현대로템의 방산부문 영업이익은 70억원에 불과했다. 육군도 전차 정비 계획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언제까지 대금도 못 받고 정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현대로템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추측이 나온다. 방사청은 K2 전차의 납품이 늦어졌다며 현대로템에 최대 1700억원의 지체상금(납품 지연 배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방산업체 관계자는 “지체상금 조항이 포함된 수정 계약서에 빨리 사인하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