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사진=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카드사 노조와 중소상인들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카드 노조는 "가맹점 규모별로 수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소상인은 대기업과 일반가맹점 간 수수료 차별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 20여개 상인단체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영업자 1차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투쟁본부는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쓰면서도 해마다 2조원가량 순이익을 거둬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소비자간 계약에 의한 부가서비스는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며 이런 부가서비스가 대기업 가맹점에 편중돼 가맹점 일반의 매출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5억초과 자영업 가맹점 2.3%, 대기업 계열의 특혜 가맹점 최저 0.7% 간의 수수료율 차별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자영업 가맹점의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정책이사는 "우리나라의 결제시장 규모는 매해 성장하고 있어 자영업 가맹점들의 최고 수수료율을 1%대로 인하하더라도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로 구성된 금융공동투쟁본부 카드분과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카드사 노조는 일괄적인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면서 가맹점 규모별로 수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세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대폭 낮춘다면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우월한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여 카드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공투본은 "정부의 일방적인 인하 정책에 따라 무려 9차례에 걸쳐 카드수수료가 인하됐지만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카드수수료가 중소상공인, 대기업 가맹점 구분 없이 일괄 인하되면 이는 카드사 노동자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재벌 가맹점에만 이익이 되는 꼴"이라고 밝혔다.

중소상인과 카드 노조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는 여신협회 등 관련 기관과 카드수수료 최종 원가 산정 결과 발표를 위한 막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산정원칙에 따라 조달 금리와 운영·관리비, 마케팅비 등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를 3년마다 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0.23~0.25%포인트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중소 가맹점 기준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다음주께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적격 비용을 산정할 것"이라며 "최종 발표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데다 정부의 계획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도 없어 카드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비 절감은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며 "실제로 최근 각 사는 할인 혜택이 많은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