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19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한 빨리 전열을 재정비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내년 사업계획 준비에 전념한다는 전략이다. 임원 승진자(부사장급 이하) 수는 올해보다 5~10%가량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다.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 앞당길 듯…승진자 최소화 하기로
내달 중순 인사 가능성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임원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통상 매년 11월 중순 이후 시작한 것에 비하면 2~3주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임원평가를 보다 정밀하게 하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인사 시기를 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를 12월 말에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임원평가 시기가 당겨짐에 따라 내달 중순께 임원 승진 인사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 수를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승진자 수가 300명에 그치거나 이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310명)보다 5~10%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수년간 임원 승진자 수를 늘려왔지만 지난해(348명)와 올해(310명) 실적 부진으로 승진 인사 규모를 축소해왔다.

그룹 전체 임원 수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과 올해 퇴임 임원 수를 평년보다 늘려 1000명에 달했던 임원 수를 900명 밑으로 줄였다. 이번에 임원 승진자 수를 최소화할 경우 그룹 전체 임원 수는 800명 초반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원 승진자의 40% 이상을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선발해온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전기자동차(EV), 수소전기자동차(FCEV),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 발표 내년으로 미룰 듯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와 별도로 이르면 올해 말 사장급 이상 고위 경영진 인사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사장급 이상 인사는 수시 인사다. 따로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한데다, 그룹을 총괄하는 정 총괄수석부회장이 어느 정도 인사 권한을 쥐게 된 만큼 경영진에 대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앞서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고성능사업부장(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일부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자동차 상품전략 및 디자인, 미래차담당 ‘사령탑’을 대거 교체했다.

그룹 안팎에선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쇄신 인사가 점쳐지고 있다. 그룹 내 부회장은 정 총괄수석부회장과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부회장 등 7명이 있다. 부회장 인사가 나면 사장단도 연쇄적으로 인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내 사장급 임원은 그룹 총괄부문과 계열사 대표 등을 합쳐 20여 명이다.

현대차그룹이 임원 승진을 최소화하면서 허리띠를 죄는 것은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중국과 미국 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판매 목표(755만 대)에 못 미치는 74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 발표도 내년으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 다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