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조업 공장 가동률과 제조업 생산이 각각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침체에 빠져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줄이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어가는 산업엔진…공장가동률 20년만에 최저
올라가지 않는 공장 가동률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지난해와 같았다. 2년 연속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66.8%)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업종별 가동률지수를 기초로 산정된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이 외환위기 이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제조업 가동률지수(1~9월)는 1998년 바닥(89.7)을 치고 이듬해 100.8로 반등한 뒤에는 금융위기 때(2009년)를 제외하면 2015년까지 매년 100을 웃돌았다. 이후 조선업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2016년 100 밑으로 떨어진 뒤 지금까지 상승 반전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동률지수는 생산량이 늘면 올라간다. 하지만 공장 기계나 설비 등 생산능력이 축소되면 생산이 늘지 않거나 소폭 줄어도 가동률이 개선될 수 있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이 줄었음에도 가동률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생산이 부진하다는 의미다.

“제조업 동력 약해진다”

올해 1~9월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5% 감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6%) 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생산능력 부진은 최근 설비투자 침체가 주된 요인이다.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다가 9월 반등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위축된 모습이다. 투자 부진으로 생산도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가동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생산이 크게 줄었다. 올 1~9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대기업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4.3% 줄었다.

2016년에는 1~9월 기준 제조업 생산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대기업은 2.2%, 중소기업은 1.2% 증가했다. 작년에는 대기업 2.9%, 중소기업 5.8%로 중소기업 증가율이 더 높았다.

자동차·조선 등 파급 효과가 큰 주력 산업 부진과 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제조업의 위기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및 부품산업을 제외한 올 1~9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3.9% 줄었다. 2009년(-13.9%) 후 감소율이 가장 컸다.

올 1~9월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의 생산지수는 -7.3%, 조선업을 포함하는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의 생산지수는 -19.3%를 기록하는 등 전통 주력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도체 및 부품산업의 생산지수는 10.0% 증가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썼다. 그는 “이 흐름이 (투자·생산능력의) 감소와 (가동률)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 감소는 필연이고 세원이 약해져 복지 증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