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횡령한 관리부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집 앞에서 3시간을 기다렸지만 못 만났다. 절망에 극단적인 생각도 수백 번 했다. 다시 일어설 힘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걸 깨닫는 데 4년이 넘게 걸렸다.”

이희장 씰링크 대표는 2010년 겨울을 평생 잊지 못한다. 연구개발에 몰두하기 위해 관리부장에게 인감도장과 통장을 맡긴 게 화근이었다. 1997년 설립한 회사(신원기계부품)가 갑자기 파산하며 10억원이 넘는 채무를 떠안았다. 이 대표는 믿음에 대한 배신으로 절망에 빠져 술에 의존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기업인을 위한 재기 캠프와 창업지원프로그램 등을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며 “결국 사람 관리와 회사 운영을 소홀히 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씰링크는 윤활유 없이도 작동하는 반도체용 회전축 장비를 개발해 포스코, 삼성 등과 거래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진흥원 등과 지난 10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2018 재도전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 대표는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사전 행사로는 재창업 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한 유통채널 상품기획자(MD) 상담과 투자설명회(IR) 등이 열렸다. 22개의 중소기업이 대기업 유통사 및 홈쇼핑 MD와 상담을 했다. 조봉환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인의 실패 부담을 줄이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크게 늘려야 한다”며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 연대보증 면제, 부실채권 정리, 파산 후 생계부담 완화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