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7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8개월 만에 또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폭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논의에 들어갔다고 전해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PA)은 이날 미국의 하루 산유량이 116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만 배럴 늘어난 사상 최고라고 발표했다. 지난주 원유 재고 증가폭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웃도는 580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원유 재고 증가세가 7주 연속 이어졌다.

EPA는 내년 미국의 하루 산유량을 러시아나 사우디보다 많은 1200만 배럴 이상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140만 배럴, 사우디는 1070만 배럴로 추정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부터 주요 산유국의 감산을 주도해온 사우디와 러시아가 내년에 다시 감산에 들어가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양자 회담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국제 유가는 장중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9%(0.54달러) 떨어진 61.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 3월 중순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두바이유 역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전일 대비 0.79%(0.56달러) 내린 배럴당 70.64달러에 거래됐다.

석유리서치업체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 야코프 애널리스트는 “감산 논의는 일종의 구두 개입 성격으로 보인다”며 “최근 유가가 하락하자 투기세력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산유국은 1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회담을 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가를 100달러나 150달러 수준으로 올리고 싶지 않다”며 “최근 두 달간 유가가 큰 폭으로 내렸는데 이는 모두 내 덕분”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