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금융상품 약관 심사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금융감독원은 펀드 약관 심사업무에 AI를 활용한 시범 운영(파일럿 테스트) 결과가 성공적이어서 내년부터 'AI 약관심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고 8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KT와 함께 펀드 약관심사에 AI의 독해능력, 실무 적용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시험했다. 그 결과, AI가 금감원에 제출된 약관에서 실제 심사 항목(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조문을 찾아 심사기준에 따라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AI 약관심사를 활용하면 연간 5000건에 달하는 사모펀드 약관의 심사 기간이 3분의 1로 단축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아울러 금융상품 약관 외에도 은행의 신용장 심사, 보험상품 광고 인쇄물 심의 등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AI 약관심사는 금감원이 추진하는 '섭테크(금융감독·기술의 조합)'의 첫 도입 사례다. 금감원은 오는 29일 열리는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AI 약관심사 시스템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방대한 약관 중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조항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탐지해 소비자 보호 기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