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프로야구 열성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은 물론 모기업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특히 ‘가을야구’ 진출팀들은 주목도가 높아지는 만큼 더 큰 홍보 효과를 얻는다.

재계에선 이들 구단의 팀 컬러가 모기업 문화와 닮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올해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 베어스는 매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강팀이다. 2015,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이듬해에는 준우승했다. 프로야구 신인 지명은 전년도 순위 역순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두산은 최근 몇 년간 특급 신인선수를 지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수한 선수 육성 시스템 덕분에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현장 중시' 두산 - '인재 영입' SK - '신용과 의리' 한화…"야구를 보면 기업문화 보인다"
1군 선수가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2군에서 실력을 다진 선수가 즉시 전력감으로 투입된다. 스타선수 몇 명에 의존하기보다 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룹 문화가 두산 베어스에도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가다. 제조업이 주력인 그룹 특성상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도 두산 야구단 운영에 접목돼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2009년부터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겸하고 있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구단 운영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며 “현장의 일은 현장 전문가가 가장 잘 안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8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는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노수광 강승호 김택형 정의윤 등 타구단 ‘이적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트레이 힐만 감독을 비롯해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 제이미 로맥 등 외국 인재들의 선전도 SK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인수합병(M&A)에서 강점을 보였듯 구단 운영에서도 적극적인 인재 수혈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부분 M&A를 통해 새 식구가 된 공통점이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M&A나 경력직으로 한 식구가 된 직원들도 실력만 있으면 우대한다”며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능한 기업 문화를 야구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달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1만3000개 좌석에 장미꽃과 메시지 카드를 놓았다. 카드에는 “11년 동안 부진했던 성적에도 승패를 넘어 불꽃응원을 보내준 이글스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팬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선물이었다.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신용과 의리’를 중시하는 그룹 문화와 맞닿아 있다”며 “그동안 좋지 못한 성적에도 이글스를 믿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의리를 지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