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결제 이용한 교역 가능…제재 대상 품목은 타격
이란산 원유 수입길 열렸다…수출 숨통 트일 듯
한국이 미국의 대(對) 이란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수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이란산 석유 수입이 막힐 경우 우리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5일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제재 예외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날부터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는데 한국 등 8개국의 원유 수입은 허용한 것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은 사실상 완전히 멈출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의 원화결제계좌를 이용한 이란과의 교역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란은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를 우리나라 은행의 원화결제계좌에 쌓아놓는다.

이후 우리나라 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 원화결제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아간다.

원유를 계속 수입해야 우리 기업이 수출대금을 받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이란제재 때도 제재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아 이 같은 방식으로 수출을 계속해왔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원화결제를 통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그 금액만큼 물품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수출길이 열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아도 일정 정도 수출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은 원유 수입에 한해서만 예외를 인정했기 때문에 기타 제재 대상 품목은 여전히 수출이 제한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이란 수출은 20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감소했다.

수입은 40억5천만달러로 23.7% 줄었다.

무역수지는 19억8천만원 적자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7일 금·귀금속, 흑연, 석탄, 자동차,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의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재개했는데 이후 수출이 급감했다.

8월 수출은 1억4천만달러로 전월보다 41.8% 감소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일반차량(-29.4%), 보일러 기계류(-14.5%), 플라스틱(-34.7%), 철강(-93.6%) 모두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제재 대상 품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예외국을 인정받으면서 비(非) 제재 대상 품목 수출은 계속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제재 대상 품목의 수출은 여전히 불가하기 때문에 이란 제재 이전 수준으로 수출 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번 예외국 인정은 시중보다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확보하면 그만큼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5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2017년 1억4천787만배럴로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다음으로 많으며 전체 원유 수입의 13.2%를 차지한다.

국내에 도입하는 이란산 원유의 70% 정도는 콘덴세이트인데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국내 정유·석유화학사들이 선호해 우리나라 전체 콘덴세이트 도입량의 54%를 차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