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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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짝퉁을 만들어 팔더니, 그 다음엔 연구원, 조금 뒤에는 디자이너를 스카우트 하더라고요. 중국 로컬 업체들, 성장세가 무섭습니다.(국내 A 화장품 관계자)"

K뷰티를 겨냥한 중국 화장품 업체들의 역습이 매섭다.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화장품 업계가 고전을 겪는 동안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업계가 본토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제조한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한국과 일본 업체로부터 선진기술과 생산설비를 도입해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 바이췌링은 2017년 광군제 당시 화장품 분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광군제에서는 매출액이 3854만 위안(약 62억7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매출이 1억800만 위안(175억60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바이췌링은 1931년 설립된 오래된 화장품 업체로 중국 개혁개방으로 해외 브랜드들이 몰려들면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끈질긴 품질 개선 노력으로 최근 다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현지 브랜드 즈란탕도 해외 브랜드를 제치고 광군제 매출 2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화장품 부문에서 9위(이니스프리)로 간신히 10위권을 지켰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은 바이췌링와 즈란탕 등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납품받은 화장품으로 제품력을 향상한 중국 업체들이 국내 화장품 업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KB증권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 내 한국 브랜드 점유율은 2년간 5%에 머물고 있다. 같은해 중국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은 18% 성장한 반면, 국내 브랜드 매출은 12% 늘어나는데 그쳐 점유율이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경쟁이 심화되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투입 비용이 큰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거나, 유럽·미주·중동 등 신규 시장을 개척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빌리프를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시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17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에서 유통 채널 재정비를 지속함과 동시에 현지 유통사인 '티몰'과 함께 온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올해 미국에 마몽드, 호주에 라네즈, 일본에 이니스프리, 중동지역에 에뛰드하우스를 선보였고, 향후 인도(라네즈·에뛰드)와 필리핀(라네즈·이니스프리)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제품력과 마케팅력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3~4선 도시 주민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부 로컬 화장품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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